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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포도나무 몸통에 나타나는 ‘제2의 필록세라’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포도나무 몸통에 나타나는 ‘제2의 필록세라’

Decanter Column 2018년 2월 27일

점점 더 악화되는 포도나무 몸통 질병 문제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포도밭에서 앤드루 제퍼드가 소식을 전한다.

사진: 포도나무 몸통 질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 제공: OIV/winetwork-data.eu

포도를 재배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은 포도나무다.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수리할 수도 있고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땅 자체는 주어진 것이고, 날씨는 통제 밖에 있다. 그러나 포도나무는 땅과 계절의 잠재력이 수확으로 이어지는 통로 혹은 연결 지점 같은 것이다. 포도나무는 재배자의 자식과도 같으며 사업의 즉각적인 미래를 책임진다. 재배자는 많은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데, 현재 점점 악화되고 있는 포도나무 몸통 질병(GTD)만큼 생계에 큰 위협이 되는 동시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없다.

지난가을 어느 춥고, 흐리고, 축축한 날 코토 뒤 제누아에 있는 마크 티보의 도멘 드 빌라르주 소비뇽 블랑 포도밭에 섰다. 그는 22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을 운영하며 생산량의 60%를 수출한다. (그중에는 영국의 와인 소사이어티도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와인은 신선하고, 생기 있고, 매력적이고, 촉촉하다. 루아르 중부의 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와인이다.

사진: 다시 접붙여 몸통을 새로 만든 포도나무의 예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이 아펠라시옹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이윤의 폭은 적을 수밖에 없다. 포도밭에 다시 심거나, 다시 접붙이거나, 정교하게 잘라낸 나무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질병의 피해를 본 것이 뚜렷했다. 이 병에 조금이라도 노출된 나무는 개별적으로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건 곧 11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하나, 하나 살펴보아야 하고, 필요한 경우 매년 돌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질병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마크 티보는 매년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다는 걸 잘 안다. 어쩌면 소비뇽 블랑 포도밭 대부분이 이미 암울한 미래를 앞두고 있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포도나무를 오랫동안 힘들여 가꾼 결실을 얻기도 전에 밭을 갈아엎거나 나무를 다시 접붙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GTD가 특별히 더 골치 아픈 것은 필록세라와 달리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고, 치료법 또한 한 가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여러 질병이 합쳐진 것 같다. 그중 가장 심각한 세 가지는 에스카(esca, 지금은 그 자체로 여러 질병의 복합체로 여겨진다)와 보트리오스페리아 다이백(botryosphaeria dieback), 그리고 유티파(데드 암) 다이백(eutypa dieback)이다. 곰팡이성 병원균이 바로 이러한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아홉 개 개별 과(科)에 속한 84개 종의 병원체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나무는 품종에 따라 이 질병에 대한 취약도가 다르다. 그중에서도 소비뇽 블랑과 슈냉 블랑이 모두 이 병에 잘 걸리는 품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루아르 계곡이 싸움의 최전선에 있다. 그 외에도 취약한 다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코냑 지방의 위니 블랑, 그르나슈, 시라/쉬라즈가 있다. 이 병에 완벽히 저항하는 나무나 품종은 없다. 유티파의 경우 알리고테, 메를로, 세미용, 실바너가 그나마 제일 잘 이겨낸다고 할 수 있다.

루아르 계곡 전체를 놓고 보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전체 포도나무 재배 지역 중 80%가 채 되지 않고, 에스카나 유티파 증상이 거의 7%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 4년 동안 루아르에서 증상이 나타난 나무의 수는 매년 늘어났다. 프랑스 전체에서는 약 13%의 나무가 생산성이 저하되었다. 포도나무 몸통 질병은 매년 10억 유로가 넘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다른 나라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약 10%가 감염되었으며, 이탈리아는 특히 남부의 오래된 나무들을 중심으로 그 수치가 더욱 높다. 마크 소스노스키가 중심이 되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뉴 사우스 웨일즈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따뜻한 기후 지역은 보트리오스페리아에 취약하고, 다른 와인 생산 지역에서는 유티파가 퍼져 포도나무 몸통 질병이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생산 전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소비뇽 블랑과 (그 정도는 조금 덜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에 의존성이 높은 뉴질랜드는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GTD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포도원이 아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증상들을 보이지는 않지만 2014년의 조사에 따르면 호크스 베이와 말버러에서 관찰한 포도나무 중 9%에 다이백의 증상이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워싱턴주에서 최근 시행한 조사를 보면 감염률이 포도나무 수령에 따라 3-30% 정도였다. OIV에서는 전 세계 포도밭 중 최대 20%가 GTD에 감염되었다는 우울한 추산을 내놓았다.

질병의 시작 속도가 느리고 처음에는 증상이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이런 수치 모두 더 높아질 수 있다. 묘목장, 심지어 국가 차원 묘목장에서 공급하는 나무의 품질에 대한 끊임없는 우려 또한 문제로 남아 있고, 루이-벵자맹 다그노를 비롯한 많은 재배자가 “1970년대 이후 묘목장에서 판매한 건 모두 다 쓰레기였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회의론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이건 제2의 필록세라입니다.” 다그노의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분간은 쓸 만한 약품도 없다. 비산나트륨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2003년부터 유럽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나무의 상처를 보호하는 베노밀과 카벤다짐 역시 사용 금지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유기/무기 약품을 시험해보고 있고 트리코데르마 곰팡이를 생물학적 조절체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희망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모범 사례’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프랑스의 묘목장 연합(Fédération Française de la Pépinière Viticole)에서는 묘목의 안전성을 포함해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그룹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는 모주의 정기적인 검사와 판매되는 모든 묘목의 이력 추적제 등이 포함된다. 이 연합의 회장 다비드 앙블베르는 GTD 문제가 묘목보다는 포도밭 자체에 잠복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게 들려주긴 했지만 말이다.
현재 포도밭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고된 노동뿐이다. GTD 증상을 보이는 포도나무에 쓸 방법은 총 네 가지다. 뿌리째 뽑기, 다시 접붙이기(기존에 심은 뿌리줄기에 새로운 어린 가지를 붙인다), 몸통 재생(감염된 부위 중 가장 낮은 지점까지 잘라낸 다음 기존 어린 가지에서부터 포도나무를 다시 자라게 해 한 개 혹은 두 개의 새 몸통을 만드는 것), 외과적 수술(프랑스어로 큐르타주, 작은 전기톱을 이용해 병든 조직을 모두 잘라내는 것)이다. 감염되어 잘라낸 부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치워 불태워야 한다.

사진: 푸이 퓌메에 위치한 샤토 드 트라시의 포도밭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푸이 퓌메의 샤토 드 트라시의 줄리엣 다세이에 따르면 나무를 뽑고 다시 심는 것(그루 당 2.80-3.00유로)이 다시 접붙이는 것(3.80-4.00유로)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다시 접붙이기하면 깊이 뿌리 내린 오래된 나무들을 보존할 수 있으며 나무가 더 빨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다시 심은 나무는 정상 생산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6~7년이 걸리는 반면, 다시 접붙인 것은 3년 정도면 충분하다) 따라서 그것이 그녀의 가문에서 선호하는 방식으로서, 2010년부터 매년 약 2,000그루의 나무를 다시 접붙여 80%의 성공률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심한 서리로 인해 GTD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올해에는 3,000그루의 나무를 다시 접붙이고 추가로 1,000그루는 큐르타주(이것은 질병이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한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병든 포도나무를 관리하는 데만도 매년 15,000유로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OIV가 예상한 전 세계 포도밭의 GTD 감염률 20%가 정확하다고 본다면 세계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이를 것이고,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재배자들도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

정확한 가지치기 또한 필수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논문에서는 늦은 가지치가 병원체 확산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하고, 또 다른 논문에서는 이른 가지치기나 이중 가지치기(기계로 먼저 한 다음 손으로 마무리하는 방식)가 더 낫다고 주장한다. 일단은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부는 상태에서는 반드시 가지치기를 피해야 하고, 가지치기로 생겨난 상처는 진균제를 이용해 보호한 다음 유향 수지나 풀, 페인트 등으로 덧칠해야 한다. 이렇게 노동집약적이고 비용이 많은 드는 시스템은 현재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고, 기계 가지치기는 감염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최신의 종합적인 연구에 따르면 “GTD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쉽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병에 저항할 수 있는 품종과 클론, 뿌리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아직 거의 진척이 없는데 그 이유는 GTD 발생과 관련된 병원체의 종류가 매우 많고, 연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며, 기존 포도 품종들에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데에 문화적 저항감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가 유전공학이 아니라 병에 저항성을 일부 보이는 품종들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번식 기법을 이용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프랑스 포도나무 및 포도주 협회의 연구원 로익 르 쿤프는 현재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분석 단계를 마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요컨대 와인 세상은 위기를 맞았다. 모두가 이것을 제2의 필록세라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는 건 아니다. 사실 GTD는 포도밭을 빠르게 초토화하기보다는 소모성 질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도나무는 죽어 나가고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모두 돈이 많이 들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며, 불확실하다. 더 심각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2.05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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