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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수평 테이스팅과 수직 테이스팅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수평 테이스팅과 수직 테이스팅

Decanter Column 2018년 10월 1일

앤드루 제퍼드가 오늘날 와인 글쓰기와 비평 세계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수평 테이스팅에 대해 생각해본다.

수평 와인 테이스팅은 “약자” 앤드루 제퍼드의 말이다 / 사진 제공: 패트릭 그레이엄/디캔터

와인 애호가들은 테이스팅에 있어 수평과 수직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수평 테이스팅은 같은 해의 여러 와인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이때는 와인 간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수직 테이스팅은 서로 다른 해에 만든 한 가지 와인을 살펴보며 빈티지 간 차이에 초점을 둔다. 이것은 꽤 유용한 구분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와인에서 수평 및 수직적 사고방식이 그것을 넘어서서 와인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 전체에 만연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수직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수평적 사고방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와인을 더욱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해보겠다.

다른 것을 모두 배제하고 한 가지 유형의 와인만 마시는 와인 애호가는 거의 없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와인의 다양성도 사랑한다. 다양성 면에서 와인에 대적할 만한 알코올음료는 없다. 와인은 포도나무가 자라는 지역과 기후의 끊임없는 변화, 문화 및 와인메이커의 재능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그 자체로 차이의 관능적 척도가 된다. 와인을 맛보는 것은 곧 차이를 맛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차이점을 받아들이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수평적인 방식이다. 즉, 와인 간 차이를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여기고 그것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하는 것, 와인의 차이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다.

와인에서 약간의 차이는 잘 이해되고 있고, 와인 간 비교는 오래전부터 쉽고 즐거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 위주의 보르도 좌안과 메를로 위주의 보르도 우안,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 혹은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처럼 말이다. 뒤의 두 가지의 경우에 가장 큰 차이점은 지역이다. 피에몬테는 서로 가깝고 차이가 미묘하고, 스페인의 경우에는 더 멀고 차이가 극적이다. 보르도 사례의 미묘한 차이는 품종 차이로 인해 가볍게 증폭된다.

현재 남반구에 재배되는 “국제적” 품종의 수가 적다는 사실은 생산지와 와인 양조 문화, 양조 기법 간 차이를 더욱 구분하기 쉽게 만든다. 샤르도네, 카베르네, 시라는 이런 차이를 구별하는 시약 역할을 한다. 피노 또한 서늘한 기후 지역에서 그렇다. 각각의 와인을 여러 차이점이 뚜렷이 나타나는 개별적인 개체로서 맛보는 것은 매력적이면서도 보람 있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툼바룸바 샤르도네를 마가렛 리버나 애들레이드 힐스 샤르도네와 비교하거나 뉴질랜드 여러 지역의 피노 누아와 오리건의 피노 누아를 비교하는 것이 그렇다. 이것이 바로 자기 집 식탁에서 일어서지 않고서도 전 세계를 여행하고 와인메이커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수평적 접근법은 최소한 현재로서는 약자의 위치에 있다. 이제는 거의 보편적인 습관이 되어버린,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관행은 재앙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수직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 간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강자가 되었다.

흥미롭고 잘 만든 다섯 가지 와인을 비교해보자. 다섯 가지가 다 다르다. 모두 종류가 다른 기쁨을 제공한다.

이번에는 이 다섯 가지 와인에 각각 점수를 매겨보자. 갑자기 수직적 차이가 생긴다. “최고”가 있고, “최악”도 있다. “밑에서 두 번째”, “중간”, “위에서 두 번째”도 생긴다. 달리 말하면 오래전 휴 존슨이 지적한 것처럼 네 개의 패자와 하나의 승자가 생겨난다.

패자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 와인들 간의 차이는 과소평가되고 폄하된다. 우리는 그 와인들의 결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것들이 그 와인이 “승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다른 날, 선입견 없이 그 와인을 접했더라면 바로 그 결점들이 그 와인이 더욱 좋아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날이었다면 점수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와인 간 차이의 경험을 망쳤을 뿐 아니라 각 와인으로부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수직적 접근의 부정적인 효과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점수와 승자, 패자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가격 상승이 더욱 가팔라진다. 승자 와인들(혹은 그 와인들의 영업 중개인들)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유명 브랜드에 대한 불건전한 집중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와인 문화에 매우 해롭다.

여기에서 바가지 가격이 만들어진다. 소박한 출신으로 이제 메독 등급 샤토들에 의해 양조되고 마케팅되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화이트 와인들을 보면 안다.

이것은 또다시 와인 라벨만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의 증대로 이어진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여겨 오로지 “최고”만을 찾는 사람들, 와인에 있어서는 그러한 개념이 얼마나 큰 오류이고, 공허하고, 불만족스러운지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활개를 친 와인 위조꾼들에게 완벽한 표적을 만들어냈다.

물론 수직적 접근에도 어느 정도 혜택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건 사실이다. 앞에서 “흥미롭고 잘 만든 다섯 가지 와인”을 이야기했다. 수직적 접근을 취하면 잘 만들어지지 않은 와인과 흥미롭지 않은 와인들을 배제할 수 있다. 수직적 접근도 그런 점에서는 유용하다.

하지만 그런 유용성에서 그쳐야 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개집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 수평적 접근이라는 다정하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순한 사냥개는 와인 세상으로부터, 그 모든 아름다운 차이점으로부터 최대한의 기쁨을 얻게 해줄 수 있다. “최고”는 잊어라. 높은 점수는 잠시 잊어라. 그저 와인의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차이를 받아들여라.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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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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