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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보르도 노트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보르도 노트

Decanter Column 2018년 11월 26일

앤드루 제퍼드가 보르도를 다녀왔다. 라투르의 지하 철옹성을 탐험하고, 2018 빈티지와 유기농 포도밭에서의 구리 사용 문제를 포함해 이 지역의 현 이슈들을 살펴보았다.

안개 속의 샤토 마고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올해 10월의 넷째 주는 보르도의 아름다운 가을의 매력을 보여주는 시기였다. 마침 운 좋게도 아름다운 가을날이 한창 펼쳐지는 와중에 학생들과 함께 이곳을 여행했다. 10월 25일 해뜰 녘에 북쪽으로 차를 달리다 보니 메독의 아침 하늘 위로 수렵월(중추절의 보름달 다음으로 오는 보름달-옮긴이)이 마치 진주알처럼 걸려 있었다. 감각적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동시에 지적으로도, 그리고 수량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보르도의 행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음은 이번 여행에서 내가 적어온 것들이다.

“난 동물원 사육사가 아닙니다.”

보르도 최고의 인습타파주의자 중 한 명인 샤토 레글리즈 클리네의 데니 뒤랑투와 시간을 보내는 건 언제나 즐겁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마상 창시합 같다. 데니가 한 손에 긴 창을 들고 얼굴에는 짓궂은 미소를 띤 채 상대를 공격해 말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와인을 만들 때 토종 효모를 썼는지, 그 다음으로는 이 지역에서 흔히 하는 3개월 랙킹보다 더 긴 효모 찌꺼기 숙성을 선호하는지 물었을 때 두 번 다 그의 대답도 그랬다. 모든 일이 철두철미하고, 빈틈없이, 심지어 전투적인 실용주의에 따라 처리되는 에글리즈 클리네에 대충이라는 건 없다.

여기에서 디캔터를 찾지 마라. 데니는 그것이 서로 다른 여러 단계를 보여주고 즐겨야 하는 와인 시음이라는 경험을 균질화시킨다며 질색한다. 이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는 비유는 프랑스의 시가 애호가들이 주로 쓰는 “푸앵, 디뱅, 퓌랭{foin, divin, purin, 각각 건초, 신성성, 슬러리(동물 배설물에 점토, 분탄, 시멘트 따위를 섞은 걸쭉한 물질)라는 의미로 시가를 피울 때 나타나는 3단계를 뜻한다}”이다.

하지만 에글리즈 클리네의 마지막 3분의 1병이 슬러리와 닮았다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어두운 색에 짭짤한 맛의 2007, 활기 넘치는 2015, 달콤한 과일 풍미의 2017을 맛보았는데 모두 다 아주 깨끗한 강도를 제대로 보여주는 본보기 같았다. 이 점을 지적한 건 나 이전에도 많았고, 뒤랑투의 두 가지 라랑드 드 포므롤 와인(레 크뤼젤과 어린 포도나무로 만든 라 셰나드), 그리고 생테밀리옹 상타임(Santayme) 와인과 코트 드 카스티용 몽랑드리(Montlandrie) 모두 우안에서 가성비 최고의 와인에 속한다.

“우리는 품질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사는 전형성이다.”

보르도 샤토를 통틀어 가장 똑똑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테크니컬 디렉터를 꼽는다면 누구일까? 보르도에서 활동하는 나의 동료 제인 앤슨이 나보다는 더 잘 알겠지만 슈발 블랑의 피에르-올리비에 클루에도 그 중에 분명 속할 것이다. 그가 보르도의 훌륭한 와인들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온화한 이 와인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동안 우리는 푹 빠져 있었다.

달리 말해 그것은 팀원들이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온화함과 우아함을 향한 탐색이다. 그리고 보르도에서 “품질”이라는 말과 때로 동의어처럼 사용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고된 노력이라기보다 선례와 꼼꼼함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와인메이커”의 정의가 아버지나 산과 의사가 아닌 산파라고 말해주었다. “아기가 의사를 닮는다면 그건 아주 큰 문제가 되죠.” 음, 맞는 말이다.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블렌딩의 전지전능함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기도 한다. “나는 블렌딩의 힘을 점점 더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에는 좋지만 사실 그 누구도 와인을 창조하지 않고, 누구도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와인을 만드는 팀은 모든 구획과 모든 와인을 속속들이 알게 됩니다. 매일 테이스팅을 하죠. 그러다 보니 어떻게 블렌딩하면 좋을지 서서히 저절로 그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내는 겁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 모두 절로 깨닫게 되죠. 와인을 만드는 건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명령이 아니라 매일 해내가는 일입니다.” 그는 슈발 블랑의 부드러움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압착 와인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압착 와인 중 일부는 세컨드 와인에 들어가지만 대부분은 벌크로 판매됩니다. 매년 써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지요. 아로마 상의 이유 때문입니다. 슈발 블랑은 아로마의 기교가 있는 와인인데 압착 와인은 그것 빼앗아 버리거든요.”

거래를 위한 장소?

라투르 금고 안에서 리사 페스틸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라투르가 2011년 앙 프리뫼르에서 빠진 이후 보르도 와인 거래소(“플라스 드 보르도”)에 판매하지 않고 남겨둔 모든 와인을 보관하는 지하 금고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말로 포트 녹스(미국 연방 금괴 저장소 소재지-옮긴이)처럼 생겼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여 있는 것이 금괴가 아니라 라벨이 붙지 않은 검은색의 병들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이러한 시도가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기까지는 한 20년 걸리겠지만 일단은 슈발 블랑의 피에르-올리비에 클루에가 플라스 드 보르도를 칭송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정말로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그 이유를 아세요?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하고 사업 이야기를 할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와인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가격도, 분배도, 중계상도, 정치도,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아요. 와인만 생각하면 됩니다.”

흰곰팡이와 그 이후

그 주에는 샤토 라투르의 회장 프레데릭 앙게레와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그가 10월 22일 라투르에서 새로이 획득한 유기농 인정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분명 성취감이 절로 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2018년은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극도로 힘든 해였다. 5월에 비가 아주 많이 오고 6월은 매우 따뜻하여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의 총괄 디렉터 파비앙 타이강이 “23년 전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목격한 것 중 최악의 흰곰팡이”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미스 오 라피트는 평균 생산량의 5-10퍼센트만 잃었지만 다른 곳들은 그리 운이 좋지 못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의 샤토 퐁테 카네는 잠재 수확량의 절반을 잃었고, 그것은 6월 초 “흰곰팡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소테른의 샤토 쉬드로도 마찬가지였다.

습도가 높은 아키텐 지방에서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이 옳은 길이라고 모두가 믿는 건 아니다. 바질 테세롱(퐁테 카네를 소유한 바로 그 가문의 일원이다)은 최근 「레뷔 드 뱅 드 프랑스」에 유기농 재배를 중단한다고 선언하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방식이 토양에 구리 성분을 너무 많이 남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샤토 오 바이의 신중하기로 소문난 가브리엘 비알라르로부터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는 최근 이르게 찾아오는 여름 때문에 최악의 흰곰팡이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페삭 레오냥의 이 유명한 샤토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을 대대적이고도 과학적으로 시도해보았는데 비알라르 역시 “구리를 너무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이삼 일에 한 번씩 뿌려야만 해요. 구리는 유독합니다. 토양에 남거든요. 씻겨나가지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오 바이는 계속해서 허브 추출물을 쓰고 있지만 비알라르는 많은 양의 황산구리를 쓰기보다는 소량의 살진균제를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것이 더 “깨끗”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르도 2018: 해피 엔딩

초여름에 흰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우리가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 2018 수확의 품질에 극도로 기뻐하는 듯했다. 독자들은 앞으로 제인 앤슨으로부터 더 많은 소식을 듣게 될 테니 나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말만 덧붙이고 끝내고자 한다. “솔직히 이런 빈티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잘 성숙된 적이 없어요. 모든 구획이 좋습니다. 2018년은 2010년보다도 좋을 겁니다. 2010년에도 구획을 선별해야 했는데 2018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모든 게 다 좋아요. 아버지는 이런 빈티지는 평생에 단 한 번 온다고 말씀하십니다. 올해가 47년, 61년, 82년과 같다고 생각하세요. 82년 이후로 모든 해보다 나을 수도 있고요.”

이 말을 한 사람은 프롱삭의 샤토 레 트루아 크루아의 주인이자 프로방스의 사샤 리신의 샤토 데스클랑의 테크니컬 디렉터인 베르트랑 레옹이고 그의 아버지는 1972년에 처음 일을 시작해 무통 로쉴드의 매니징 디렉터를 지낸 패트릭 레옹이다. 두 사람 다 무언가를 쉽게 과장하는 사람은 아니니 믿어볼만 하지 않을까.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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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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