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잔인한 한 해…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미래지향적 와이너리

잔인한 한 해…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미래지향적 와이너리

임지연 2022년 1월 12일

지난 한 해를 회상하며 아름다운 기억만 떠올릴 이들이 몇이나 될까. 특히 와인 관련 업계에 2021년은 잔인한 한 해로 기록된다. 지난해 프랑스 와인 업계는 지난 1957년 이래 가장 적은 양의 포도 수확의 해로 기록됐다. 지난봄, 예측하지 못한 늦은 서리를 시작으로 우박, 가뭄에 이어 포도나무 전염병까지 무섭게 번지며 유럽의 많은 와이너리에서는 2021년을 도전을 감내해야 했던 시기로 회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악몽 같았던 순간들은 비단 프랑스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와인 강국들 역시 지난 2020년 대비 와인 생산량의 수준이 무려 절반(45%)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탈리아, 그리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북반구 국가들에서도 대체로 기준연도보다 낮은 포도 수확량에 그쳤다.

특히 지난 4월, 이탈리아 일대를 덮친 서리 피해로 마르케시 안티노리의 수익률은 기준연도 대비 무려 15% 이상 하락했다. 또, 같은 시기 프랑스에서는 포도 농장에 번진 곰팡이 등 바이러스 피해로 약 3개월 동안 재배한 포도 수확이 실패로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던 바 있다. 이 피해로 프랑스 와이너리의 수입은 기준연도 대비 55%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와인 시장의 직면한 대표적인 문제는 우리 행성이 가진 날씨 등 기후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꼽힌다. 실제로 이 분야 다수의 전문가는 우리 행성의 날씨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상당하다.

세계기상기구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머지않은 미래에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다양한 사건 사고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행성이 우리 눈앞에서 어떻게 급변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를 기록한 보고서”라면서 “바다 심층부터 가장 높은 산꼭대기, 그리고 빙하가 녹는 현상까지 무수한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기후 현상은 곧 많은 인류와 사회의 생태계에 생존을 위한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인류와 우리 행성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사고 전환의 전환점에 왔다”고 지적했다.

날씨 등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와인 업계의 특성상 극심한 가뭄과 강우, 산불 및 해충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 불가피하게 새로운 방식의 와인 생산 및 유통 방식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유럽 와이너리에서는 새로운 포도 품종 개발과 흙으로 지하실을 구축해 신선한 와인을 생산, 유지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랑스 보르도의 샤또 깡뜨냑 브라운 와이너리 설립자인 루이스 브라운(1세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 번째 주인으로 자리 잡은 트리스탄 르루와 브리아크 기렉 형제다. 이들은 최근 가장 원시적인 건축 재료인 흙과 물, 나무 등을 사용해 가장 최신식의 친환경적인 와이너리 시설을 구축해 이목이 집중됐다.

3세대에 걸쳐 와인에 ‘진심’인 가족들을 대표해 트리스탄 르루와 브리아크 기렉 형제가 직접 생산한 와인을 숙성시키고 오랜 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지하시설 구축에 친환경적인 접근과 현대성 두 측면을 모두 결합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던 것. 특히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분자유전학, 농업학, 경영학을 두루 전공했던 트리스탄 르루는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필립 마덱을 초빙해 지하실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이 용감한 형제는 “우리 가족들은 항상 와인에 대해서 열정적이었다”면서 “특히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와이너리가 우리 세대 미래의 일부가 되는 것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다. 미래에는 친환경적인 면을 중시하고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야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이번 건축에는 유럽에서 이미 친환경적 건축가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인 건축가 필립 마덱이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혀 함께 했다. 필립 마덱은 친환경적 측면을 강조한 연구 사업으로 과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령, ‘행복한 검소함을 위한 매니페스토’를 공동 저술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것에 지속가능성을 결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새로운 미적 요소들이 의미있어진다’고 역설해왔다.

1980년대부터 이미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옹호해왔던 마덱이 두 형제와 함께 구상한 와이너리 건설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바로 지하실 건축에 일체의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와이너리 구축에 시멘트와 같은 화학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야 했다”면서 “지하실 온도 유지를 위해서도 어떠한 인위적인 시설을 배제한 채 오로지 땅의 온도만을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가장 최신식의 기술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건축 사업에 오로지 흙과 나무, 돌만 사용키로 했다. 가장 민감한 와이너리 건축에 가장 원시적이며 친환경적인 재료만 활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마덱은 “형제와의 긴 논쟁 끝에 철근이나 콘크리트는 반드시 배제한 채 공사를 완공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철근 콘크리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해로운 물질 중 하나이며, 기후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실제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진 항공기 배출 가스가 단 2%의 유해 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반면 철근 콘크리트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 가스양은 무려 7%에 달할 정도로 유해하다.

이들은 와이너리 지하실 공간의 온도 유지를 위해 표면 아래 13피트 내외의 깊이를 파고 화씨 55~57도 수준에서 와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마덱은 “형제들이 구상하고 완공한 와이너리는 건물 전체가 가장 자연에 가까운 건축 재료인 흙으로 완공된 덕분에 관성이 좋고, 안정적인 온도 유지에도 적합한 시설이 됐다”면서 “건축물의 벽면은 기존의 낡은 벽을 헐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보존해 절연재만 추가해 완공했다. 또, 건축 시 활용된 모든 목재는 일체의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적의 자연 상태의 것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건축물 옥상 지붕에는 빗물 가공 시설을 추가해 저장한 빗물을 재사용하고 태양 에너지 활용으로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충당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형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와이너리 시설 구축 시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건축 자재와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형제들은 “매년 막대한 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레기 중 무려 60%에 달하는 양이 건설업에서 배출된다”면서 “우리는 와이너리 건축과 운영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와 에너지를 우리 미래 세대가 살아갈 우리 행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모든 결정의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고 했다.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1

You Might also Lik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