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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초보를 위한 와인 게릴라 특강-4

왕초보를 위한 앤드루 제퍼드의 와인 가이드 4부 중 마지막 순서를 통해 와인을 마실 때 관련된 열 가지 법칙을 알아본다.

디캔터가 사랑하는 뉴욕의 코르크버즈 바 / 사진 제공: www.chelseamarket.com

게릴라(명사): 일반적으로 더 규모가 큰 정규군을 상대로 불규칙한 싸움을 펼치는 소규모 독립적 집단의 일원

게릴라(형용사): 보통 허가 없이 즉석에서 실시하는 행동이나 활동을 뜻함

 제3. 와인 마시기

 

1. 입맛이 까다롭고 고급스러운 사람이라면……

시간을 들여 와인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면 음식과 함께도 마셔보고 와인만 따로 마셔보기를 권한다. 가능하다면 하루, 이틀 정도에 걸쳐 해보자. 그러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게릴라만의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그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와 비슷한 다른 와인들을 찾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런 비슷한 와인들은 피해 가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흥미로울 수 있지만(어떤 와인이든 한번쯤은 마셔볼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과 똑같은 코, 당신과 똑같은 미뢰, 당신의 감각 기억과 욕구를 갖춘 당신과 똑같은 뇌세포를 갖고 있지 않다. 와인은 당신 안으로 녹아든다. 그러니 명심하라. 그 가까움을 최대한 인정하고 자신의 평가를 존중해라.

 

2. 입맛은 바뀌게 되어 있다.

뮈스카 드 리베살트를 주제로 한 디캔터 ‘발견 극장’에서 와인을 맛보고 있다 / 사진 제공: 디캔터/Soora.co.uk

천천히. 우리 대부분은 우리와 공명하는 힘이 부족하고 반복하기만 하는 단순한 와인은 곧 떠나게 되어 있다. 우리 대부분은 허세만 부리는 와인은 꿰뚫어 보고, 허울만 그럴듯한 와인에는 질린다. 또 우리 대부분은 서서히 까다로운 와인들의 속내를 떠보고, 그것의 도전과 공격, 특이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알아내며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게릴라가 아니어서 무기를 내려놓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가 친구나 동료들에게 전문가 행세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한 와인에서 다음 와인으로, 인생의 한순간에서 다른 순간으로의 여정을 천천히 즐기기 바란다.

 

3. 값싼 와인은 따분하다.

물론 6개월 동안 밀림에 가 있다가 돌아와 처음 마시는 와인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와인을 전혀 못 마시는 것보다야 무슨 와인이든 마시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낮은 가격에는 슬픈 진실이 있다. 그보다 높은 가격에는 그 와인을 사려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따분한 곳에서 공장식으로 재배하고 공장식으로 양조한 와인일 수 있다. 아니면 수준이 좋지 못한 생산지에서 값싼 임금에 노동을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듣도 보도 못한 품종으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엄청난 구매력을 남용하는 슈퍼마켓 체인이 가격을 후려쳐 들여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와인의 품질이 진정으로 좋다면 그런 식으로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와인 시장은 반응이 매우 민감한 시장이다. (그리고 명심하라. 구매란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4. 값비싼 와인은 바가지다.


게다가 와인은 매년 점점 더 비싸진다. (따라서 더 바가지) 왜 그럴까? 품질이 향상되는 곳들은 점점 더 적어진다. 그런데도 매년 그런 와인을 탐내는 전 세계 부자들은 늘어만 가고, 품질 면에서는 그만큼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가성비라는 문제는 각 개인이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와 깊은 연관이 있지만 말이다. 부자 게릴라라면 값비싼 와인들도 부디 마셔보기 바란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면 그것 말고도 마실 수 있는 다른 좋은 와인이 많으니 걱정하지 마라.

 

5. 가성비는 중간 어딘가에 있다.

최저가 와인들을 넘어서고 나면 와인을 당신 손에 가져다주는 중계상들(그리고 당신의 즐거움에 세금을 매기고 싶어 하는 정부)보다 와인 생산자들에게 더 큰 보상을 안길 수 있게 된다. 생산지의 품질과 더 낮은 수확량과 세심한 열매 손질과 신세대 와인메이커의 드높은 야심에 더 큰 값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와인 세상은 끊임없이 변이하는 유기체다. 명성은 수 세대에 걸쳐 이룩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가치가 저평가된 와인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돈을 지불하되 더 우수한 대가를 요구하라. 와인 세상은 다양성이 매우 높고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매우 많아 이렇게 하는 데만도 평생이 모자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결국 몇 가지 익숙한 와인들에 안주하게 된다)

 

6. 테이스팅 노트

사진 제공: 애나벨 싱/디캔터

게릴라들은 때로 자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전문가의 추천이 한두 개 필요할 수도 있다. 이제는 온 산업 전체가 매주 어마어마한 양의 테이스팅 노트와 점수들을 생산해내며 와인 밀림 속 무수히 많은 웹 서버들에서 뿜어내고 있다. 이건 과정은 마치 로봇처럼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테이스팅 노트는 뻔하다 보니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도로 변질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서비스는 유용하고 점수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가늠하기도 쉽다. 거론된 문제의 와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물론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자신의 평가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보자. 유용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와인상과 친해 두는 것도 좋다)

 

7. 알코올 도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희한한 믿음 같은 것이 새로 생겼다. 모든 와인은 딱 12.5도라는 신성한 도수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모든 동물이 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일이다. 개의 크기를 키울 수도, 코끼리의 크기를 줄일 수도, 바다표범에 다리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유명한 지역에서 좋은 품종을 완전히 성숙시켜 만든 훌륭한 와인은 서로 동일할 수 없고, 따라서 많은 레드 와인과 일부 화이트 와인이 자연적으로 14.5도 혹은 15도에 달할 수 있다. 그런 와인도 여전히 균형 잡히고 신선한 맛을 낼 수 있다. 반면 덜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시큼하고, 딱딱하고, 어색하며,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주둥이 마개와 안대가 씌워지고 몸을 구속당해 본래의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를 보지 말고 천천히 와인을 즐기면서 그 와인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판단을 내리도록 하자.

 

8. 외식할 때

브뤼셀의 퀸트 레스토랑. 소믈리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가격대를 알아보자 / 사진 제공: 세르기 레보레도/알라미 스톡 포토

게릴라들조차 때로는 레스토랑에 간다. 1단계, 와인 리스트를 평가한다(별로인 것 같으면 맥주를 마시는 게 낫다). 2단계, 아는 와인을 찾아내어 가격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알아내고 예산의 상한선을 정한다. 3단계, 소믈리에가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그들이 설득력이 있는지, 그들이 제시하는 상상력 있거나, 흥미롭거나, 과격하거나, 어이없거나, 예측할 수 있거나, 놀랄 정도로 값비싼 와인을 마셔볼 각오가 되어 있는지 판단해보라. (물론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4단계,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와인을 찾았다면 그것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는지 자문하라. 5단계, 비난을 미리 피할 수 있도록 그 선택에 대해 함께 온 사람들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마음속으로 행운을 빈 다음, 주문하라!

 

9. 오래되었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와인 세상에는 희한한 전설이 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오래된 와인에 대한 것이다.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 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무엇인가? 액체 그 자체인가, 아니면 먼지가 쌓인 유리병인가, 낡아 떨어지기 직전인 라벨인가, 나이 그 자체인가, 빈티지에 담긴 기억인가, 오랜 세월을 견뎠다는 사실 자체인가, 아니면 명성의 아우라인가, 그것도 아니면 수집가라는 위신인가? 와인이 은은하고 훌륭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저 오래된(따라서 밋밋하고, 풍미가 적고, 오래되고, 삭막하고, 산도가 높거나, 산화된 맛) 맛을 내서 더 어릴 때 마셨으면 나았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건 때로 그 오래된 와인이나 그것을 그 오랜 세월 보관해왔다가 지금 당신과 나눠 마시기 위해 꺼내온 사람에게 일종의 모욕이 될 수 있으니 다 같이 할렐루야, 합창을 하게 되고 결국 그 전설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명심하라. 당신이 원하는 건 오래된 것이 아니라 ‘숙성된 것’이고, 이 숙성도라는 것은 6개월, 1년, 2년 만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10. 그리고 그 이후

기술의 발달 덕분에 모든 걸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앞으로 알아두어야 할 어마어마한 이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긴 하지만 검색 엔진의 시대에 그 모든 걸 다 외울 필요는 없다. 가장 흥미로운 건 바로 테이스팅이라는 여정 그 자체이고, 다른 동료 게릴라들과 힘을 합치면 더 많은 것을 맛볼 수 있다. 물론 강제인 것은 없다. 중요한 건 당신과 와인 병, 와인 잔, 약간의 음식의 만남, 그리고 한숨 돌리는 순간이다. 음식도 만족스럽지만, 더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건 와인인 경우가 많다. 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당신이 모르는 낯선 사람이 보내는 감미로운 메시지. 그 낯선 사람은 당신처럼 발효된 포도즙을 통해 대지와 하늘, 날씨를 감사하며 받아들인 사람이다. 우리는 이것, 와인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심지어 영적 양분을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8.28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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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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