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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관광, 얼마나 알고 있나요?

와인 관광,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임지연 2022년 7월 21일

“노아는 비가 그치자 방주에서 나와 포도나무를 심어 수확하여 마시고 취했다”

인류 역사에 와인이 등장한 최초의 기록이다. 정확히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고학적 증거들을 모아 놓고 보면, 와인은 조지아의 카프카즈 일대나 페르시아의 자그로스 산맥 일대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기원전 6천년 전, 조지아에서는 와인 주조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포도 농장이 운영됐고, 페르시아에서도 자그마치 5천년 전부터 과실주를 생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긴 와인 역사와 비교해 와인 관광 산업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미지의 분야다. 그만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와인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또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무궁한 관심이 가득한, 그야말로 와인 산업에서도 독보적인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는 영역인 셈이다. 마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자동차 애호가들의 심리처럼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와인 관광 상품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독일의 와인 가도로 불리는 도이체 바인슈트라세(Weinstraße)가 와인 관광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열린 파리 와인 시음회는 와인 관광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 된 사례였는데, 이때 이후로 미국 캘리포니아는 와인 산업의 중심에 와인 관광업 파이를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미국 산타 이네즈 밸리의 와이너리는 미국 와인 관광 산업을 이끄는 중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사이드 웨이의 배경이 된 곳도 바로 산타 이네즈 밸리 와이너리였고, 이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이 일대가 미국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른다.

프랑스 정부는 이보다 한 발 더 앞서가, 지난 2016년부터 이미 프랑스 와인 관광 지역을 소개하고 내외국인 와인 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시음회에 참석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오고 있다. 홈페이지만 방문하면 프랑스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와이너리의 관광상품을 한눈에 비교해보고 가장 적절한 시기에 저렴한 가격대로 운영되는 상품을 선택해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프랑스 와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제공하는데, 영리 및 비영리 와이너리는 물론이고 와인 저장고, 와인 박물관 등 다양한 장소를 직접 방문해 무료로 진행하는 관광상품에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분야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와인 관광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와인 관광을 통해 다수의 와이너리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시적인 성과가 연구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일반 여행자들이 우연히 와이너리를 찾아 소비하는 금액 대비 와인 관광 상품을 구매해 와이너리를 찾은 여행자들이 압도적인 규모로 와인 소비에 적극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와인 산업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와인 관광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산 와인 수출액의 규모가 지난 2016년 당시 1,140억 유로를 기록했다고 집계했을 정도였다. 이는 당시 프랑스산 전투기 라팔 114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액수였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와인 관광이 하나의 단순한 상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에도 일명 ‘방구석 프랑스 와이너리’ 여행상품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하면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직접 개발해 운영했던 이 와인 관광 상품은 샹파뉴 지방의 지하 와인 저장고에 담긴 비밀을 대중과 공유하고 보르도 테루아의 역사를 공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이 상품을 구매한 여행자는 비대면 상황에서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 알자스 와인 루트를 따라 지역별로 다른 상이한 색다른 와이너리를 직접 구경하는 파노라믹 뷰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때 프랑스 관광청은 각 지역 와이너리에 360도 몰입형 가상 투어 시설을 지원해 비록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관광 상품이기는 했지만, 여행자들에게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와인의 빈티지 와인 전용 저장고인 에덴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전쟁 포로들이 남긴 그라피티, 와인 운반용으로 쓰였던 낡은 엘리베이터, 아르 누보 양식의 예술 작품 등을 가장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덕분에 와인 관광을 이용하는 관광객 규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매년 1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또한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알자스, 루아르, 프로방스, 랑그독 등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와이너리를 보유한 프랑스에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와인 관광 상품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와인 관광에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와이너리가 직접 운영하는 상품을 구매해 주변 마을들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는 상품들이다.

또, 프랑스 블라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샤토 몽콩세이 가쟁에서는 호흡을 통해 오감을 일깨우는 태극권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수련을 마친 뒤, Terra Vitis 라벨 인증을 받은 하우스 와인을 맛보며 새롭게 깨어난 미각과 후각을 통해 현지에서 생산한 신선한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다. 또한 샤토 뒤 페이르에서 5대째 여성 대표가 운영 중인 발레리 와이너리에서는 오로지 친환경 방식으로만 주조한 와인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아로마 테라피를 활용한 하우스 퀴베 와인 시음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특히 프로방스 근처에는 무려 200헥타르에 달하는 샤토 라 코스트에서 장 누벨, 프랭크 게리, 루이스 부르주아 등 내로라하는 건축가와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와인과 함께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와인 상품을 운영 중이다. 인접한 와이너리인 도멘 드 샤토라고드의 유기농 포도 농장에서는 조각가 필립 파스쿠아의 작품들이 그늘을 따라 늘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포도 수확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는 매년 9월에는 프랑스로 와인 관광을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라면 프랑스에서도 와인 산업이 가장 오랜 시간 꾸준하게 발전해왔다고 평가받는 도시 보르도를 찾아 와인 박물관과 인근 도시를 동시에 여행할 수 있는 와인 관광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 와인 산업에 진심인 독일에서는 와인 관광 육성을 위해 각 지역에 분포된 팔라티네이트, 모셀, 라이헤센 등 무려 10만 2,000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와이너리에 와인 관광 상품을 개발, 적극적으로 보급해오고 있다. 또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소노마와 나파밸리의 와이너리에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전기 자전거를 타고 이 일대를 여행할 수 있는 하이킹 상품을 개발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해오고 있다.

그동안 와인 관광을 망설였던 이들이라면 세계 여행이 자유로워진 이 시기를 이용해 와인 여행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부르고뉴 와인 관광을 통해 건물 벽면을 빛내는 고딕 양식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기고, 샤토 드뫼르소의 지하 와인 저장고를 탐험하고 그랑 크뤼 루트의 코르통 언덕을 둘러보는 다양한 와인 관광 코스가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을 마친 뒤에는 세계 각국의 와인 역사와 지식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의 숨어있는 매력까지 동시에 얻는 그 무엇보다 건강한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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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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