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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단순 식품과 달라! 느슨했던 ‘라벨링’ 의무화 논란

와인은 단순 식품과 달라! 느슨했던 ‘라벨링’ 의무화 논란

임지연 2020년 10월 5일

와인이 인류와 함께한 것은 기원전 1100년 무렵 페니키아인들이 와인을 제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페니키아인들은 약 350년 후 포도를 주원료로 한 와인을 그리스에 전파했고, 헬레니즘 시대의 술의 신이었던 디오니소스 신화와 함께 와인은 지금껏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와인에 대한 인류의 예찬이 얼마만큼 찬란한지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정의한 와인에 대한 한 문장이 꼽힌다. 살아생전의 플라톤은 와인을 가리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 중 와인만큼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수 천 년 전의 인류 역시 와인의 맛과 효능에 대해 공감하고 즐겨왔던 셈이다. 때문에 인간에게 와인은 먹고 마시는 일반적인 식품 그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곤 했다. 와인을 일반 식품과 다르게 인식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와인 라벨링에 대한 비교적 관대한 기준을 들을 수 있다.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비롯해 와인을 유통하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와인 라벨링 의무화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와인의 경우 와인병 외면에 부착된 라벨 내에 포도 품종 대신 생산자와 등급, 포도 재배 지역 명칭 등 매우 간단한 정보만 표기된다. 와인의 주성분인 수분(85%)과 알코올(9~13%), 당분, 비타민, 유기산, 각종 미네랄, 폴리페놀 등에 대한 내용 표기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는 일반 식품 포장지 외면에 주재료와 칼로리, 제조 공장 지역 등에 대한 상세한 내역이 표기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측면이다. 때문에 와인 소비자들은 와인병 외부에 부착된 라벨 내용만으로는 와인의 특성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받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와인 성분 표기 의무화라는 새로운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 올라 이목이 집중됐다.

비교적 느슨하게 운영됐던 와인 성분 표시 의문화에 대한 논란이 올봄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와인 시장까지 그 움직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 사진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처음 수면 위로 떠 오른 곳은 유럽이었다. 올봄 유럽연합은 일반 식품과 다르게 취급됐었던 와인 라벨 표시 면제 상황에 대해 현지의 다수 와인 생산업체와 무역 업체들을 대상으로 와인 성분표시 의무화 입장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당시 유럽 연합이 제시한 와인 성분 표시 의무화 방침에는 와인의 주원료를 표기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이후에는 와인병에 직접 성분표를 상세히 표기할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QR코드 등 추가적인 방식으로 표기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번진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처음 제시했던 와인 성분 표기 법안 초안에는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 이전의 최종 상태의 와인에 가공 보조제를 표기할지 여부를 놓고 와인 제조 업체들과 지루한 줄다리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와인 가공 보조제로 알려진 각종 화학성 첨가제에 대한 제조 업체들과 유럽 연합의 서로 다른 시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유럽 연합 측은 당시 와인 성분 표기 내용에 산도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산화황과 타르타르산, 젖산 외에도 황산칼슘과 같은 항산화제와 방부제 등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와인 제조 업체 측은 가공 보조제에 대해 ‘효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화학 물질에 대한 표기 상세성 정도를 두고 긴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와인은 일반 식품과 달리 주요 성분에 대한 표기 의무가 느슨하게 운영됐다. 하지만 최근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 성분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소비자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사진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특히 일명 ‘와인 라벨링’ 논란으로까지 번진 당시의 사태는 최근 들어와 천연, 유기농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와 소비자들 스스로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더 크게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당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Geisenheim University)의 시모네 루즈(Simone Loose) 박사는 “가공 보조제를 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와인 라벨링 작업의 입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라벨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목소리와 산업계 전반의 갈등 등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유럽 연합은 보다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조정된 규칙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논란은 최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 내에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피자, 콩, 핫소스, 냉동 해산물이 든 만두처럼 일반 식품과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이슈의 주요 쟁점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 포장지 외부에는 FDA가 인증한 식품의 성분, 영양, 부피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긴 라벨링이 정확하게 부착돼 있다. 하지만 와인 만큼은 이 같은 절대적인 기준을 갖춘 라벨링 부착 의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대적인 금주령이 해제된 직후 미국 연방 정부는 약 50여 개 주에서 서로 다른 와인 라벨링 기준을 두도록 허용했는데, 당시의 허용 기준이 지금껏 그대로 유지되어오고 있는 탓에 미국 50개 주에서는 서로 상이한 와인 라벨링 기준을 시행해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점이 미국 내에서의 와인 라벨링 의무화 움직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여기에 더해 50개 주 정부는 와인 라벨링 작업과 관련해서 와인 산업 내외부의 로비스트를 통해 주 정부 수익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법안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각 주 정부 별로 상이한 갈등이 내재돼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미국 코네티컷 지역에서 유통되는 식제품의 경우 제품 포장지에 부착하는 라벨링 승인 비용으로 해당 지역 정부에 200달러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에 승인된 라벨링에 추가 문구를 게재할 경우에도 이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만약의 경우 와인 라벨링 의무화가 법제화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운영하는 와인 제조업체 측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만큼의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대형 와인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소규모로 운영되는 자급자족형 규모의 와이너리 업체에게는 심각한 경제적 피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지에서는 와인 라벨링 의무화에 대한 일각의 목소리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진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미국 와인 시장 일각에서는 와인 라벨링에 대한 소규모 와이너리의 수익 감소 문제 해결과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와인 라벨링 대신 QR코드 인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각 미국 와인 협회 등이 운영하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현지에서 유통되는 모든 와인 상품의 주원료 상세 내역을 게재하고 소비자는 원하는 때 언제든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와인 판매 업체와 소규모 와이너리 상점 등에서는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QR코드를 부착, 해당 홈페이지와 연동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홈페이지 내에서의 정보 공개는 각 주 정부의 와인 라벨링 추가 비용 지불 의무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규모 제조 업체에 어떠한 금전적 피해도 입히지 않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있는지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해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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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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