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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샴페인 이야기 (2)

[와인바 Talk] 샴페인 이야기 (2)

Emma Yang 2020년 2월 6일

세 번째 와인바 Talk, 샴페인 이야기 (2)

손님이 주문한 샴페인을 오픈할 때, 앞에 있는 손님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어떤 사람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최대한 뒤로 물러나 있으려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샴페인을 오픈하면 대다수는 의외라는 듯 김빠진 표정을 보인다. 예상했던 ‘펑’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TV에서나 축하 자리에서 샴페인을 오픈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럴 만하다. 대부분 코르크를 ‘펑’ 하고 터트려 와인을 높이 그리고 멀리 뿌려대며 축하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오픈하는 순간 ‘뻥’ 소리가 날까 잔뜩 긴장한다. 하지만 샴페인을 오픈할 때는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샴페인 코르크는 철사에 엮어져 있다. 샴페인의 압력이 높아 코르크가 터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샴페인 병의 내부 압력은 상당히 높다. 샴페인 오픈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코르크가 펑 소리를 내며 열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와인이 순식간에 흘러넘쳐 많은 양의 샴페인을 버리게 된다. 코르크를 놓칠 경우 코르크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해외에서는 샴페인 코르크에 맞아서 실명이 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샴페인을 오픈할 때에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나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샴페인을 오픈할 때마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불편할 것이다.

나폴레옹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사브르(Sabre)를 이용하여 샴페인을 오픈했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소리가 나지 않게 오픈해야 하지만, 시선을 집중시키며 의식처럼 오픈하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는 전장에 나가기 전, 군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나 전장에서의 화려한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사브르(Sabre)라는 날이 휘어진 칼로 샴페인의 목을 베는 의식을 치렀다. 아마 샴페인의 목이 전장의 적들로 상징화 되었을 것이다. 현재는 많은 샴페인 하우스에서 이 사브르를 자체 제작하여 특별한 날을 위한 행사에 사용한다.

사브라쥬(Sabrage)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샴페인 병의 몸 부분과 목 부분의 결합 지점을 사브르로 탁 쳐내듯이 밀어주면 샴페인의 목 부분이 잘려 나가면서 와인이 오픈된다. 유리가 말끔히 잘려 나가 유릿가루가 샴페인에 섞일 걱정은 크게 없다. 하지만 이 행위 역시 잘못하면 병이 산산조각나 손을 다칠 수 있고, 잘린 코르크가 날리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샴페인의 거품은 주입된 것이 아니라 병 속에서 만들어진다.

샴페인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샴페인은 와인에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와인 발효 과정은 효모가 주스의 당을 흡수하여 물, 알코올,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모두 배출된다. 하지만 샴페인의 경우, 퀴베(Cuvée)라는 원주를 만드는 1차 발효 과정 이후에 탄산가스를 만들기 위한 2차 발효 과정을 더 거치게 된다.

1차 발효 과정은 일반 와인처럼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 탱크 또는 오크(Oak) 배럴(Barrel)에서 이루어지고, 2차 발효 과정은 와인이 담긴 병에 당분과 효모의 혼합물(Liqueur de Tirage)을 넣어 병 속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샴페인은 이러한 2차 발효 과정 때문에 탄산이 병 속에서 다시 한번 만들어지게 된다. 같은 해에 생산된 와인이라고 해도 각각의 병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르뮈아쥬(Remuage)를 발명한 뵈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

2차 발효 이후에 병 속에 남게 되는 효모의 찌꺼기들을 제거하기 위해, 병을 거꾸로 꽂아 이리저리 굴려주며 병목에 찌꺼기를 모으는 작업인 르뮈아쥬(Remuage)과정을 거친다. 이 르뮈아쥬 기법은 마담 클리코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샴페인 회사다. 르뮈아쥬 기법은 오늘날까지 샴페인 생산의 표준 기법으로 사용될 만큼 샴페인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 혁신적인 개발이 아닐 수 없다.

르뮈아쥬가 끝나면 병 입구에 모여있는 찌꺼기들만 순식간에 얼려 샴페인의 압력으로 제거하는 데고르주멍(Dégorgement) 과정을 거치게 된다. 찌꺼기를 제거하면서 와인도 함께 분출되면 분출된 양 만큼 와인을 다시 채운다. 와인을 다시 채우는 과정을 도자쥬(Dosage)라고 하며, 이때 채워지는 와인의 당도로 샴페인의 당도를 조절한다.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적인 와인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더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지기 때문인지 샴페인을 사랑하는 유명인사들도 많고 샴페인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다.

좋은 날을 기념하며 마시는 술, 샴페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샴페인으로 목욕을 해왔다. 비싼 거품 목욕이라고 해야 할까. 마를린 먼로도 샴페인 목욕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욕조에 와인을 가득 채우려고 샴페인 350병을 썼다는 일화가 있는데, 먼로가 좋아했던 특정 샴페인을 대략 10만 원 정도로 생각한다면 목욕 한 번에 3,500만 원을 쓴 것이다. 호화스러운 취미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못지않게 샴페인으로 구두를 닦는 이들도 있다. 한 유명 럭셔리 구두 제작자는 구두를 왁스로 정성 들여 닦은 후, 부드러운 천에 샴페인을 묻혀 구두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왁스를 닦아낸다. 구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비법인 것이다.

수 세기 전부터 샴페인은 선박 진수식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박 진수식 때는 선박과 진수식장 간에 연결된 밧줄을 잘라 그 줄에 매달린 샴페인이 배에 부딪혀 깨지도록 하여 선박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 많은 선박회사가 이러한 전통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타이타닉호(Titanic)는 이러한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타이타닉호에게 불운이 생겼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중요한 의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을 했을 때도 우승자가 샴페인을 터트리는 등 기쁜 일이 있거나 의식적인 행사에 샴페인이 두루 쓰인다. 와인바에서도 기념할만한 날이거나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며 샴페인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 샴페인을 오픈하기 전의 두근거림과 잔 안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버블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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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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