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예술가들의 술

프라하, 파리, 런던 등에서 수많은 술을 즐겼던 문인, 어니스트 허밍웨이(Ernest Hemingway). 그의 이름을 딴 바(bar)는 우리가 한 번 쯤 가봤을 만한 유명한 도시에 한 곳쯤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밍웨이 뿐 아니라 여러 예술가들이 즐겼던 술은 그들의 이름을 딴 칵테일로 남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며 회자되기도 하지요. 술을 사랑했던 예술가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창작에 도움을 주었을 수도 그들의 삶에 큰 굴곡을 주었을 수도 있을 예술가의 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영국의 유명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와 위스키

193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웨일스 출신의 시인이자 산문 작가인 딜런 토마스는 평생 웨일스의 자연과 몽환의 세계를 방랑하며 살았던 인물입니다. 20세의 나이에 첫 시집을 내고 한순간에 영국의 천재 시인으로 큰 명성을 얻었지만, 평생을 가난에 시달리며 술과 여행으로 점철된 생애를 살았지요.

18잔의 위스키를 마시고 돌아왔다며 연인에게 고백했다던가, 49잔의 기네스 파인트를 마셨다는 허풍스러운 자랑을 할 정도로 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고, 그중 위스키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술이었습니다.

잦은 음주와 과로로 인해 여행을 떠났던 미국 뉴욕에서 39세의 젊은 나이로 아쉽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름다운 작품,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딜런 토마스를 좋아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일화, 그리고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소개되었던 아래의 시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꾸준히 현대인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저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에서 일부 발췌
선량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 곁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울어요
그들의 덧없는 물결이 푸른 강기슭에서 춤출 것처럼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가는 빛에 대하여

높이 떠 있는 태양을 찬양하며
붙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 늦게 깨닫게 되죠
태양도 그들 방식대로 떠나간다는 사실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와 압생트

녹색의 요정이라고도 불린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파리에서 예술가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음료였습니다. 쑥과 아니스 혹은 회향과 같은 허브에서 추출한 녹색 술로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그림에 있는 카페 손님의 잔을 채운 녹색 술은 압생트를 그린 것이었고, 파리에서 청년 시절을 보낸 반 고흐도 그 예외일 순 없었죠.

압생트를 좋아했을 뿐 아니라 와인과 술이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빈센트 반 고흐는 술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친구이자 유명한 동료 예술가였던 폴 고갱은 그의 술친구였습니다. 아름다운 작품 세계 만큼이나 광기 어린 예술가로 알려진 그는 그의 형제 테오에게 썼던 편지를 통해 술이 강렬한 작품의 원천이자 그의 광기의 이유일 수 있을 것이라 인정했습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버번/스카치 위스키와 함께했던 그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등 미국 풍자 문학을 이끈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마크 트웨인이 위스키의 광팬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그는 미시시피 강에서 증기선 조종사로 일하며 그 당시 선원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여러 술을 마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버번 위스키나 칵테일,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낌없이 표현했는데요, 그의 부인에게 썼던 편지에 그가 마셨던 스카치 위스키 베이스의 칵테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리비, 내 사랑.
내가 도착할 땐 꼭 스카치 위스키, 레몬, 설탕과 앙고스투라 비터스가 꼭 준비되어 있길 바라오. 영국에 다녀온 후로 아침 식사를 하기 전, 그리고 저녁 식사 전, 또한 자러 가기 전에 마셔야 하는 음료가 되어 버렸소. 이 칵테일은 나의 소화에 완벽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항상 정확한 일과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오.

하루 22개의 시가를 피우고 다른 한 손엔 스카치 위스키가 있었다는 마크 트웨인의 모험과 풍자 넘치는 소설의 원동력이었을까요?

만남과 샴페인을 즐긴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불가사의한 살색의 배경으로 일그러지고 놀라움을 가진 악몽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베이컨은 런던에 기반을 둔 화가로 런던 소호 사회의 사교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에서 왔다가 무로 돌아간다는 말을 외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샴페인을 아낌없이 따르고 마셨던 프란시스 베이컨은 바, 레스토랑, 카지노, 나이트클럽을 두루 다니며 웨스트 엔드의 사교계 명사들과 어울렸다고 합니다. 화려한 자리를 즐겼던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파티의 대명사 샴페인이었던 게 틀림없죠.

전 세계의 애주가들이 기억하는 어니스트 허밍웨이(Ernest Hemingway)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이 중독의 일부가 아니라 강인함의 표시라며 자랑하기를 좋아했던 허밍웨이는 현재까지도 술을 사랑한 애주가로서 가장 이름을 날린 예술가일지 모릅니다. 그의 음주 습관과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술에 관한 책까지 나왔을 정도로 다양한 술 브랜드와 바는 허밍웨이의 일화를 술과 함께 전합니다.

허밍웨이의 이름만큼이나 전 세계를 휩쓴 이국적이고 시원한 칵테일의 대명사 모히또는 허밍웨이가 좋아했던 칵테일로 자주 소개되지만, 대부분의 술을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채로 드라이하게 마시기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오늘날 마시는 모히토와 사뭇 다른 음료를 즐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또한, 허밍웨이는 항상 얼음처럼 차가운 술을 즐겼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대표적인 칵테일, 마티니를 더 차갑게 만들기 위해 얼음에 대한 방법을 고안해 편지를 쓰기도 했고, 항상 칵테일을 주문할 때마다 손가락이 잔에 달라붙을 정도로 차가운 음료를 달라고 했답니다. 세계의 여행지에 붙어 있는 허밍웨이의 이름을 생각하면 허밍웨이는 매일 밤을 여행하며 머문 바에서 보냈을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는 오히려 집에 머물며 술을 즐기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떤 술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유 있게 즐기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Tags:
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