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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잇는 전통 차 시장 ‘마롄다오(马连道)’

실크로드를 잇는 전통 차 시장 ‘마롄다오(马连道)’

임지연 2017년 8월 29일

베이징의 최남단 남쪽 번화가에는 중국 전역으로 연결된 기차가 쉴 새도 없이 오가는 오래된 기차역이 있다. ‘베이징시짠(京西站)’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항공 노선이 없어서 오가는 것이 특히 어려운 대륙 내륙 지방을 잇는 고단한 행로의 기차들이 주로 운행된다.

그래서인지 홍콩이나 마카오, 상하이 등 중국의 유명 관광지와 호화로운 대도시를 떠올릴 법한 외관의 세련된 이들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큰 가방을 양쪽 어깨에 둘러메고 두 손에는 떠질 듯한 짐 가방을 힘겹게 붙잡고 걷는, 검게 탄 피부를 가진 이들이 이곳의 주요 고객이다.

낮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을 토해내듯 쏟아내고, 또 밤이면 다음 날 첫차를 기다리는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이 없는 이들이 차가운 새벽을 보내는 기차역이 바로 이곳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졌을 보따리상들이 오고가는 베이징시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래 전, 그보다 더 많은 사연을 가졌을 또 다른 보따리상들이 실크로드를 넘어 이 곳에 왔다는 ‘마롄다오 차(茶) 시장’이 자리해 있다. 오래전 목숨을 걸고 험한 사막과 거대한 산길을 넘었을 실크로드 상인들이 도심과 인접한 이 곳에 모여 차 시장을 형성했고, 그들이 가져온 각종 장신구와 은표 등은 곧장 중국인들이 제조한 질 좋은 찻잎과 교환돼 또 다시 유럽 일대로 판매됐다는 바로 그곳이다.

마롄다오 차 시장으로 가는 길

내부 상점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이처럼 긴 역사와 사연을 가진 베이징시짠에서 도보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차 시장은 그 규모만 해도 서울의 동대문 시장을 떠올릴 만큼 대형 쇼핑몰과 전통 소매점이 혼재돼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유명세를 진 곳은 단연 ‘마롄다오 차 성(城)’이라는 간판을 단 대형 쇼핑센터다. 1층부터 3층까지 운영되는 마렌다오 차 성에서는 층마다 서로 다른 저가의 차부터 고가의 명품 차까지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동대문 옷 판매점을 연상하게 하는 외관의 칸막이가 설치된 1층에서는 주로 일반인들이 평소 즐기기에 좋은 품차(品茶)가 판매된다. 1층과 2층에서는 주로 1근 당 100위안 남짓의 비교적 저렴한 차가 판매되는 것인데, 쇼핑센터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고가의 제품이 호화로운 유리 전시관 너머에 전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先 시음, 後 구매’ 정책이라는 점이다.

시음 후 구매가 가능한 상점 내부에 진열된 시음용 찻잎

필자가 방문한 이 날 역시 2층 판매대를 구경하는 도중 차 상점 주인 내외가 나와 정중히 차 한 잔을 시음해 볼 것을 권하곤 했다. 실제로 이곳에 입점해 운영되는 상점이라면 그곳이 비록 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일반 다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일지언정 먼 곳에서 방문했을 손님을 위해 정갈하게 정돈된 차 시음대가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소 보이차를 좋아하는 필자의 경우 앞서 이곳을 찾았을 당시 보이차 7잔을 오랜 시간 음미하며 마신 뒤, 56위안(약 1만 원)대에 판매되는 다구 한 세트를 선물처럼 구매해 돌아온 적이 있다.

특가로 판매되는 다구 가운데에는 필자처럼 100위안 이하의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행운이 제공될 때가 있는데, 주로 2~3층 일부 상점에서 특가 제품을 수시로 판매해오고 있는 덕분에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도 부담 없이 각종 차 제품을 구경하고, 맛본 뒤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3층 안쪽에 자리한 은은한 불빛이 특히 인상적인 상점에서는 1근에 최대 3만 위안(약 56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명품 찻잎이 판매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중국 명품 찻잎 가운데에서는 한 세트당 최고 1천만 원 이상의 것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셈이다.

1근 당 수 천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의 찻잎으로 주로 판매하는 상점에 전시된 다구 및 찻잎

물론 수 천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의 찻잎의 경우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지만, 500g 남짓을 제조하기 위해 최소 7~8kg 무게의 찻잎에서 소량을 추출해 세밀하게 정제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당 가격은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 이곳 상점 직원의 설명이다. 특히 해당 7~8kg의 원료 찻잎 역시 고가 소량만 생산되는 원재료라는 점에서, 한 세트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제품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찻잎들은 주로 춘지에(春节), 중추지에(中秋节) 등 중국의 대표적인 명절 기간 동안 팔려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 직접 현금을 주고받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이후에는 이 같은 고가 찻잎을 선물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고 상점 직원은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해당 고가 찻잎에 대해 황금보다 비싼 황제가 마시는 ‘황차(皇差)’라는 별명을 지어 부를 정도로 일반인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가격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마음껏 구경하고 설명을 그 내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을 찾는 이라면 이곳 마렌다오 차 시장에서 기존의 여행책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아이 쇼핑과 시음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소소한 즐거움을 얻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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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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