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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트 맥주의 본좌,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Guinness Storehouse

스타우트 맥주의 본좌,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Guinness Storehouse

신동호 2016년 3월 7일

맥주는 물보다 진하다. 본래 속담과는 조금 다른 의도지만, 아일랜드에서 맥주는 그 ‘특별함’을 내재한다. ‘맥부심’.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있는 템플 바 Temple Bar 거리는 아침부터 ‘맥덕’들로 인산인해다. 밤새 이어진 술자리가 아니라 아침에 결성된 모임이라 더 놀랍다. 그만큼 아일랜드 사람들은 물보다 맥주를 더 자주 마신다. 그러니 유럽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체코에 이어 2위라 하지 않았던가. 특히, 아일랜드 국민에게서 기네스 맥주 Guinness는 자존심 그 자체다. 물론 지금은 영국 기업인 디아지오의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지만, 아이리시들에게 기네스 맥주는 국민 브랜드와 마찬가지다. 사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 중 대부분은 기네스 맥주가 영국에서 생산되는 줄 안다. 마치 서양인들이 삼성을 일본 브랜드로 인식하듯이 말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아일랜드의 기네스 사랑을 공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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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에서 기네스 맥주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그래도 공장에서 바로 나온 맥주를 이길 수 없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Guinness Storehouse. 더블린 8 지역에 있는 이 문화공간은 양조장과 함께 더블린 시내에서는 약간 동쪽에 치우쳐 있다. 시내에서 관광용 셔틀버스나 시내버스, 루아스 Luas 등을 이용해서 찾아올 수도 있지만, 구글 지도를 찍고 리피 강 Liffey River 따라 도보로도 접근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인 내 보폭과 속도로 보자면,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 리피 강 주변 풍광을 둘러보며 걷거나, 조금 안쪽에 위치한 템플바 거리를 통한 거리를 이용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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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주변은 우범지역이다. 주변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빌라단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간이라고 들었는데, 이곳 주변에서 마약중독자 junkie, 술에 쩔은 아저씨, 여행객 -특히, 좋은 휴대전화를 소지한 한국인-을 노린 아일랜드 10대가 종종 출몰한다. 그래서 도보로 이용하는 분들은 큰 도로 위주의 코스를 선택해야 신변이 안전하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이정표를 보았다면 다행이지만, 근처에 왔는지 미심쩍으면 후각을 이용하자. 목표지점에 다다를수록 말똥 냄새가 후각세포를 찌른다. 아일랜드는 좁은 골목이 많으므로 마차를 이용해 여행객을 태워 모시는데, 말(馬)이 분출하는 배설물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사실 그 마차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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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관광명소로 선정됐다. 여행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칭하는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기네스 스토어하우스가 유수의 유럽 관광지를 제치고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의 투어 프로그램은 약 2시간. 실제 코스를 밟아보면, 2시간을 물리적인 체감으로 점칠 수 없다. 단순히 우리 맥주가 맛있어요, 하고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1759년부터 켜켜이 쌓인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관광객의 오감에 전달한다. 250년이 넘는 기네스 자산과 장인정신을 2시간 안에 소화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첨단 미디어를 통해 보는 이가 쉽게 이해하도록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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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는 스타우트 맥주의 대명사다. 쉽게 말해, 발아된 보리를 태워서 발효해 속칭 ‘흑맥주’라 불린다. 가끔 ‘스타우트=흑맥주’라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건 잘못된 공식이다. 흑색을 띠는 맥주는 스타우트 외에도 둥켈 Dunkel 이나 에일 Ale 맥주 등도 존재한다. 맥주의 세계는 블랙홀과 같아서 파고 들어가면 일방통행이라 돌아 나올 수가 없다. 아무튼, 스타우트 맥주의 제조장 인근에서는 특유의 향이 풍겨온다. 앞서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에 도착하면 말의 분비물로 인한 후각 테러가 있을 거라 했지만, 이 악취를 덮을 만한, 몰트를 볶은 구수한 향도 공존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속 피톤치드와도 같아 자동으로 깊은 호흡법을 취한다. 마시지 않아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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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기네스 맥주 공장에서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은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내가 유럽 지역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좀 돌아다녔는데,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수많은 볼거리와 놀거리, 그리고 먹을거리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단, 티켓팅을 하자. 현장에서 티켓을 직접 구매하면 20유로지만,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홈페이지 들어가서 예매하면 10% 할인받은 가격인 18유로로 관람할 수 있다. 그 밖에 주중 11시 반 이전 할인, 학생과 가족 할인 혜택 등이 있으니 알뜰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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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스토어하우스는 총 7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Ground floor : 기념품 숍과 기네스 맥주의 전반적인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Ground floor : 기념품 숍과 기네스 맥주의 전반적인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층에는 기네스 맥주를 처음 창안한 아서 기네스의 일대기를 볼 수 있으며, 다른 한 켠에는 기네스 맥주를 빚기 위해 사용한 과거 전리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기네스 맥주를 처음 창안한 아서 기네스의 일대기를 볼 수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기네스 맥주를 빚기 위해 사용한 과거 전리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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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기네스 맥주 시음 Tasting Experience를 할 수 있다.

2층에서 기네스 맥주 시음 Tasting Experience를 할 수 있다.

3층에서는 그동안 펼쳤던 기네스 광고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3층에서는 그동안 펼쳤던 기네스 광고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4층에는 기네스 맥주와 관련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 Guinness Academy가 있다.

4층에는 기네스 맥주와 관련된 교육 공간 Guinness Academy가 있다.

5층에는 전시를 마치고 난 관람객들이 쉴 수 있는 식당과 바가 위치해 있다.

5층에는 전시를 마치고 난 관람객들이 쉴 수 있는 식당과 바가 있다.

기네스를 마시는 방법도 매뉴얼화되어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따르는 법이다. 그 방법은 이러하다. 먼저 1차로 잔을 45로 기울인 채로 80% 정도 따른 후 잔을 테이블에 놓는다. 그리고 정확히 119.5초(약 2분)를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거품이 일면서, 특유의 기네스 맥주 대류현상을 볼 수 있다. 119.5초가 지난 후 남은 잔을 채우면 끝. 넘치면 괜히 창피해진다. 교육 매니저가 관광객들에게 짧은 교육을 한 이후, 교육한 대로 맥주를 따르면 인증서를 즉석에서 발급받는다. 작은 배려지만 뭔가 이룩한 기분 좋은 착각과 만나게 된다. 참고로 이 교육을 한 공간 어딘가에 배우 정우성의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기네스 맥주 한국 모델을 기념해서 회사 관계자와 찍은 사진이 표구해 걸려 있다. 특유의 활짝 올라간 입꼬리를 보면 괜히 한국사람으로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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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플젠에 있는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투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지하 창고에 잠들어 있는 오크통에서 추출한 여과하지 않은, Unfiltering 된 맥주 한잔이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에도 화룡점정이 존재한다. 7층에 올라가면 사방이 유리로 된 그래비티 바 Gravity Bar가 나오는데, 여기서 입장료에 포함된 쿠폰을 제시하면 모공이 보이지 않는 얼굴처럼 촘촘하고 크리미한 거품이 가득한, 기네스 맥주 한잔과 마주할 수 있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더블린 시내이기에, 360도로 시내 일대를 스캔하는 현장은 추억의 한 꼭지로 충분조건이다. 특히, 늦은 오후에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더블린의 야경을 부록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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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신동호

  • 작성일자

    2016.02.29

 

Tags:
신동호

발로 기억하는 보헤미안, 혀로 즐기는 마포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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