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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테이스터와 맛과 향의 과학

슈퍼 테이스터와 맛과 향의 과학

Eva Moon 2020년 11월 9일

유럽의 여러 와인 생산자와 와인 전문가들을 만나며 테이스팅을 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항상 궁금했던 한 가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 관련 공부를 하거나 와인 메이킹을 배우는 동안 여러 와인을 만나 눈과 코, 혀를 통해 분석한 후 기억과 배운 것에 대입해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걸쳐 테이스팅의 능력을 기릅니다. 하지만 서로의 타고난 재능이 다르듯 와인과 술의 맛을 결정하는 온도, 신맛이나 쓴맛 등을 선천적으로 특별히 더 느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노력하고 경험을 쌓은 이들을 뛰어넘을 만한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이들이 과연 존재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슈퍼 테이스터(Super Taster), 향과 맛에 매우 민감한 사람일까?
1990년대 플로리다 대학에서 심리학자 린다 바토셕(Linda Bartoshuk)의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그룹이자 이후 여러 과학, 음식과 와인 잡지에서 기술되었던 슈퍼 테이스터(Super Taster)는 다양한 맛과 향을 모두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예상하기 쉽습니다만, 특정 향과 맛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강하게 느끼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사람의 혀는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몰려있는 수많은 미뢰로 덮여있는데, 버섯과 유사한 모양으로 생긴 이 미뢰는 음료를 포함한 음식을 먹는 동안 미각수용체를 통해 뇌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TAS2R38이라는 유전자로 인해 6-n-propylthiouracil(PROP)이라는 화학물질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슈퍼 테이스터란 브로콜리, 시금치, 커피, 맥주, 초콜릿 등의 쓴맛에 더 민감한 사람들입니다. 자몽, 맥주, 증류주, 담배의 끝 맛을 유난히 더 쓰게 느낄 뿐 아니라 드라이하고 오크 향이 강한 와인에 대한 비선호도 강하다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인류의 약 25%가량이 슈퍼 테이스터에 해당하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인류의 절반은 보통의 쓴맛을 느끼는 미각을 가진 이들이며 다른 25%의 사람들은 그 맛을 덜 느낍니다.

다른 맛을 더 잘 느끼는 유전자
여전히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쓴맛을 잘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 외에도 단맛, 신맛, 짠맛과 우마미를 더 잘 느끼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는 감각은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 가지 맛을 잘 느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유전적으로 월등한 테이스팅 능력을 쉽게 갖추고 있다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맛과 향을 느끼는 감각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며, 결론을 내리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싫어하는 맛과 향도 훈련을 통해 바뀔 수 있어
어렸을 때 쌉쌀한 냄새로도 불쾌했던 맥주와 커피가 어른이 되어 좋아지거나 싫어하던 나물을 좋아하게 된 변화를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오래 씹어야 하며 맛이나 향이 싫어 쳐다보지도 않았던 나물이 나이가 들어 좋아지듯 나이가 들며 입맛도 바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맛의 선호도가 매우 급격히 변한다면 심장이나 위장 관련 질병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복적인 경험에 따라 비선호 음식이 선호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결국 특정한 맛을 가진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반복적인 훈련과 배움의 결과인지라 블루 치즈나 김치처럼 복합적이며 강한 맛을 가진 음식들이 그 대표적인 것들로 좋아지기까지 여러 번의 시도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균형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발달한 인간의 맛보기 능력
사람이 맛을 보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구분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감칠맛을 기본으로 하는데, 단맛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로 인지하는 반면, 쓴맛은 생명 유지에 해가 될 독성이 있는 물질을 구분하기 위해 더 강하게 느낍니다. 과일이나 야채가 익지 않았을 때나 과하게 익을 때 혹은 그를 넘어 발효된 맛을 대표하는 신맛을 거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맛보는 능력이 감퇴할 때 음식을 필요한 것보다 더 먹게 되어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와인과 커피와 같은 음료를 마실 땐 코로 휘발성 화합물을 들이마시게 되고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만나 음식을 더 잘 느끼게 되는데, 입에 도착하기 전에도 코의 뒤 편을 통해 입에 먼저 도착한 향을 느껴 여러 단계의 냄새 맡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상태에서 커피를 마실 때 단조로운 쓴맛이 두드러지는 경험을 통해, 전체적인 맛을 확인하는데 코의 중요한 역할을 확인할 수 있지요. 물론 음료를 포함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이외에도 음식의 질감, 온도, 그리고 침의 생성에 고루 영향을 받습니다.

시간의 흐름, 특정 시기에 영향을 받는 감각
나이가 들어가며 시각과 청각이 퇴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각과 미각의 능력도 점점 약해집니다. 또한 70대를 넘는 노인들이 대부분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에 의해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엄마가 즐겨 먹던 음식의 맛 화합물의 영향을 받은 혈액으로 특정 나이 이상의 아이들처럼 강하지 않을지라도 음식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태어나게 됩니다. 임신한 여성은 입덧 이후 음식의 맛과 향에 이전보다 약간 둔감해지게 되는데, 이는 뱃속의 태아를 기르기 위해 더 많은 영양을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하려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필요한 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성인이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몸이 조종하는 미각과 본능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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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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