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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접촉 언택트 시대의 접촉 와인, 오렌지 와인

비접촉 언택트 시대의 접촉 와인, 오렌지 와인

Rachael Lee 2020년 3월 24일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 아닙니다.” 이런 말이야말로 얼마나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는가. 와인을 어느 정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오렌지 와인의 정체. 나 스스로도 오렌지 와인은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에 이어 스틸 와인(Still wine)의 4번째 종류라고 그 존재를 인정해 주고 있기도 하다.

“Sons of Wine의 Skin Contact Sylvaner” 오렌지 와인의 특성을 재미있게 표현한 와인. 야한 생각은 하지 말자. 접촉이 아니라 침용!

얼마 전 와인샵을 방문했을 때, “내추럴 화이트 와인”이라고 쓰여 있는 와인을 집어 드니 병 안 와인 색상은 뽀얀 노란색, 오렌지 색상이다.
“이거 오렌지 와인이네요…? 화이트 와인 아닌데…”
“아.. 내추럴 와인 좋아하세요? 화이트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면 화이트 와인이죠~”

사실 맞는 말이다. 오렌지 와인은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침용과정을 거친 화이트 와인 (Skin-contacted white 또는 skin-fermented white wine)”이다. 오렌지 와인의 핵심은 양조과정 – 포도껍질과 씨앗을 포도알과 함께 발효한다는 데 있다. 이 과정을 침용, 영어로는 Skin contact이라고 표현한다.

“Opi D’Aqui의 L’orangeade” 불어로는 로랑제드, 오렌지 에이드라는 이름의 오렌지 와인! 혀에 착착 달라붙어 과일 주스처럼 꿀꺽꿀꺽 마셔버릴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알고 마시는 게 좋다고 아래와 같이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와인의 종류를 정의하고 있으니 참고해 보자.

이미지로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포도알 테두리를 검게 칠해 포도 껍질을 그려 놓은 건, 침용방식(skin contact)을 썼다는 것이고, 포도 껍질 표시가 없는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은, 침용없이 포도즙만으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걸 보여준다.

필자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에는 뭔가 단조롭고 차갑고, 레드 와인을 마시기에는 다소 무겁고 진득할 때 오렌지 와인을 선택하기도 한다. ‘레드 와인 양조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화이트 와인’인 오렌지 와인은 맛과 향도 적당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과실 향에 더해 고소한 너트 풍미, 오렌지 껍질에서 느껴지는 까슬까슬 쌉쌀한 산미, 화이트 와인에서 느낄 수 없는 적당한 타닌으로 무게감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렌지 와인은 음식과 매칭하기도 편한 Food-friendly wine이기도 하다. 해산물에는 화이트 와인, 육류에는 레드 와인이라는 일반적인 마리아주 이론이 있지만, 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필자는 그러한 음식과는 선뜻 오렌지 와인을 한번 마셔보라고 권하는 걸 서슴지 않는다. 특히 와인 페어링이 쉽지 않은 아시아 음식, 우마미(旨味, Savory Taste) 있는 음식과는 최상의 궁합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심지어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하고 있기도 하다.

오렌지 와인 ‘Urban Pute Sauvignon Blanc’과 명란알 시소 파스타

오렌지 와인의 매력은 새로우면서도 사람의 미각에 친숙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내추럴 와인의 인기로 인해 최근 오렌지 와인이 각광받고 있지만, 실제 고대에는 굳이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와인을 만들었다는데, 그래서 인간에게는 익숙한 풍미의 주류인 거 같기도 하다. 그로 인해 빠른 시기에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역사 얘기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긴 설명은 하지 않고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조지아와 슬로베니아가 오렌지 와인의 발상지로서 기원전부터 침용 방식으로 와인 양조를 해 왔다고 한다. 최근 국내 와인 시장에서 동유럽산 와인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도 오렌지 와인의 인기 덕분이기도 하다.
오렌지 와인이라는 애매하고 헷갈리는 이름,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게 될지는 모르고 작명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렌지 풍미가 나는 와인을 오렌지 와인으로 자연스레 부르게 된 건 재미난 발상이었던 거 같다.

‘오렌지 와인이라는 신조어를 굳이 만들어 내려고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엿한 와인 명칭의 하나로 굳어져 버렸다. (I didn’t set out to invent a word, I just used it naturally and it stuck.)’ by David Harvey, 오렌지 와인 명칭 창시자/영국의 와인 수입상
오렌지 와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하나의 새로운 영역으로 규정하는 건 필요해 보인다. 고객이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을 때 이렇게 짙은 오렌지색 와인을 받게 된다면, 썩 유쾌하지는 않을 테니까. (The name may not be ideal, but this style needs its own category. If customers order a white wine and it turns out to be this surprising dark colour, they might not be so happy.)’ by Saša Radikon, 이태리의 내추럴 와인 메이커

레드, 화이트와 같은 색상으로 와인을 표현해야 한다면, 오렌지 와인은 앰버 와인 (Amber wine)으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렌지 와인이라는 명칭이 새로우면서도 기억하기도 쉽고, 귀와 입에 더 착착 붙지 않는가? 오렌지 와인, 이제는 어엿하게 사용되는 와인의 한 명칭이고, 이러한 다양성과 새로움을 맞볼 수 있는 게 와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하겠다.

 

[참고자료]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 와인으로 만들었을까?” 마시자 매거진. <https://mashija.com/오렌지-와인은-오렌지로-만들었을까/>

Wolf, Simon. “Orange wines: it’s time to get in touch.” Decanter. <https://www.decanter.com/features/orange-wines-it-s-time-to-get-in-touch-245524/>

Puckette, Madeline. “All About Orange Wine.” Winefolly. <https://winefolly.com/deep-dive/orange-wine/>

Watling, Eve. “Orange wine is taking over, but what is it?” Newsweek. <https://www.newsweek.com/orange-wine-1300668>>

Woolf, Simon. Various articles from The Morning Claret. <https://www.themorningclar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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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ael Lee

Life, world, contemplation, and talk through a glass of wine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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