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베이징을 걷다 : ‘서원’으로 불리는 ‘책방’

베이징을 걷다 : ‘서원’으로 불리는 ‘책방’

임지연 2016년 7월 11일

6월 중순의 베이징은 1년 중 유일한 우기로 창 밖에는 연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쳤나 싶어 밖을 내다보면, 양만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지 비는 멈출 줄을 모르는 듯 내립니다.

이런 날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기보단 책 속으로 편안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안성맞춤이죠. 하지만 마땅히 읽을 거리가 없는 필자는 종종 인근에 자리한 ‘만성서원’이라는 오래된 서점을 다녀옵니다.

이 곳은 한 때, 중국 공산당의 감시를 받으며 운영난을 겪어야했던 비밀스런 사연을 담은 곳입니다.

1 (1)

1 (4)

@서점 내부에는 긴 역사 만큼 오래된 책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내부 인테리어가 편백나무로 구성돼 있어, 책의 향기만큼이나 진한 서점만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사실상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소든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것일수록 더 ‘끌리는’ 수상한 매력을 가진 탓에 개점 후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왕성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더욱이 중국에서 보통의 책방은 ‘슈디엔(书店)’으로 불리는데, 이는 우리식 서점과 동일한 어휘입니다. 그런데 유독 이 곳 만성서원 만큼은 ‘서점’보다는 ‘서원’이라는 불리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만성서원(万圣书园)은 지난 1993년에 설립된 베이징의 ‘명물’ 학술 장소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곳입니다.

창립 당시, 자유로운 학술을 할 수 없었던 중국 국내 정치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던 학자 류수리(劉蘇利) 선생과 그의 동기들이 뜻을 모아, 주로 금지서적으로 지정됐던 서적들을 하나 둘 씩 모았던 것이 이곳 만성서원의 시작이었죠.

그때의 뜻을 이어오며 현재에는 주로 책을 판매하는 곳으로 자리잡았지만, ‘서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현재에도 다양한 학술회의가 종종 진행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1 (5)

@책방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빼곡하게 진열된 중국 현대 문학을 이끈 작가들의 사진.

 

1 (6)1 (3)

더욱이 지난 1993년 창립 초기에는 인문 사회 과학 도서를 전문으로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이후 창립 이후부터 줄곧 베이징대, 칭화대(清華大學) 등 인근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자주 찾아오며 자연스레 학술적인 기능도 자처하게 됐죠.

책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책방’이면서도 ‘서점’이라는 이름 대신 ‘서원’이라 불리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죠.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감시 감독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됐는데, 그 탓에 서원은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고 처음 문을 열었던 인민대학교(人民大學校) 부근에서 현재의 베이징대학 동문 성부로(成府路) 부근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지난(至難)했던 부침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때는 중국 정부로부터 반체제 주의자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라는 비판적 시선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그로 인해 실제로 공동 창립자로 알려진 이들 가운데 몇몇은 정부에 의해 오랜 시간 감시 감독을 받거나, 그 중 일부는 홍콩으로 망명을 가야했던 이들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만성서원’의 본래 의미에 대해 ‘1만인의 성인들이 찾는 지식의 창고’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지식의 창고’를 제공하고 있는 책방의 주인장 류 선생은 지난 83년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한 이후, 실제로 지금껏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도 유명합니다.

류 선생이 주로 써내려오고 있는 장문의 글 가운데는 중국의 정치와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날카롭게 진단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또한 그는 이곳 만성서원 한 편에 자신과 같은 정치적, 사상적 의견을 가진 이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 한 달에 수 차례 젊은 지식인들이 모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오고 있죠.

지식인이라면 무엇보다 시대적 조류에 민감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류 선생의 신뢰 탓에 인근 대학가의 젊은 지식인들은 전보다 한 층 수월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인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서원의 크기는 약 600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서원 안에는 총 10만여 종의 장서가 30여만권 비치되어 있죠.

이는 인근에 인접에 있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유수의 대학 내에 자리한 학술 서점들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로 꼽힙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장 큰 규모의 대형서점 ‘신화서점’에서 조차 판매하지 않는 고전 문학작품과 시대상을 반영한 출판물 및 논문 등을 만성서원에서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지식인들이 발길이 유독 잦은 이유로 보입니다.

더욱이 100위안(약 1만 8천원) 이상의 서적을 구매할 경우 회원 카드를 발급해주는데, 이 경우 구매한 책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회원제를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1 (2)

@책 방 벽면 곳곳에 부착된 오래된 사진을 통해, 이곳의 역사와 세계 곳곳에 있는 뜻을 같이하는 서점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책 방 곳곳에는 1993년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의 서점의 형태를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오랜 사진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벽에 걸린 당시 사진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이 곳의 오랜 매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뿐 만이 아닙니다. 서원을 찾아온 이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책방의 한 쪽에는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작은 테이블 10석 남짓한 작은 규모의 카페에 불과하지만, 책을 구매한 이들이 마음껏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콧 끝에는 향기로운 커피 향이 맴도는 편안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머문다는 의미에서 ‘Thinker’s cafe bar’라고 불리는 이 카페에서 오랜 시간 책을 구경한 이들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이곳에서 처음 만난 이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책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자유로운 토론’에 대한 시대적 열망이 이곳을 통해 그대로 반영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엄숙한 듯 보이면서도 자유로운 젊은 지식인들이 가득한 만성서원에서 긴 세월 켜켜이 쌓인 자유와 학술의 진정한 만남을 눈으로 확인해 보시 길 추천합니다.


 찾아가시는 방법

▴ 주소: 北京市 海淀区 成府路 59-1號
베이징 지하철 4호선 북경대동문역에서 하차 후 오도구역 방향으로 도보 5분 소요.
▴ 연락처: 010-62768748
▴ 온라인 홈페이지: www.allsagesbooks.com
▴ 정식 SNS 웨이보(微博)계정: https://weibo.com/wanshengwanggou?is_all=1
▴ 운영시간: 10:00~22:00, 주차장 시설 완비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