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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의류 도매 시장’

베이징을 걷다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의류 도매 시장’

임지연 2016년 7월 7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유독 교통이 발달하고, 교통이 발달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전국 각 소도시를 잇는 터미널역이 자리 잡고 있다.

떠나온 곳을 다 가늠도 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인 역사에는 저마다 도시에서 구매한 물건과 먹을거리들을 양 손 가득 들고 또다시 떠나가는 사람들이 짠내나는 풍경을 연출한다.

필자의 고향인 서울에서도 터미널 역사에는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었고, 또 어김없이 그들의 두 손에는 주렁주렁 선물 꾸러미들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목적지 어딘가에 있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선물들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터미널 인근에는 유독 각종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을 위해 매우 저렴한 가격대에 다양한 물건들을 내놓고 판매하는데, 그렇게 형성된 곳이 바로 베이징 동우위엔 터미널 역 인근의 복장 시장(动物园服装批发市场)이다.

그렇기에 ‘동우위엔 복장시장’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일대의 실제 이름은 ‘동우위엔꿍쟈오씨엔루(动物园的公交线路)’ 터미널역이다. 이곳에는 베이징 지하철 4호선 동우위엔역(动物园站)과 104번, 660번, 814번, 특4번 등 23개의 시내·외 버스가 오간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닭장’ 같은 외관의 건물들 사이에 동우위엔 복장 시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닭장’ 같은 외관의 건물들 사이에 동우위엔 복장 시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하루에만 수 백여대가 오고가는 시내외 버스에 몸을 실은 의류, 신발, 가방, 모자 등 최신식 제품들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그만큼 복장시장 일대는 베이징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는 도매 시장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다. 특별히 필요한 물건이 없는 날이라도 맥없이 힘이 빠질 때면 곧장 찾아온다. 무거운 짐을 이고 멘 사람들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과 한껏 고조된 어조로 ‘떨이’ 물건을 팔아넘기는 억척스러운 상인들의 모습에서 뜻밖의 삶의 희망을 얻어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시작된 인근 새벽시장은 오전 9시면 문을 닫는데, 모두가 잠들었을 어두운 시간을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이 있어, 외롭지 않은 베이징을 느낄 수 있다.

새벽 시간대에는 주로 도매업 상인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이후 터미널에서 바로 연결되는 시외버스를 타고 각 지방 도시로 돌아간다. 구매한 물건을 어깨에 이고 지고 가는 상인들은 이후 각자의 도시에서 새벽부터 시작된 긴 하루를 연장해 나갈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도매 상품들만 대량으로 팔려나갔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값에 판매되는 최신 유행 제품들을 찾아오는 소매 상인들의 발길로 소매 상점들의 수도 상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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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를 위주로 판매되는 쇼핑몰 상점 내외부의 모습. 과거 한국의 동대문 쇼핑몰들이 신식 구조로 개조하기 이전 10여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중국의 것들은 한국의 것보다 조금 느리게 진행된다.

@소매를 위주로 판매되는 쇼핑몰 상점 내외부의 모습. 과거 한국의 동대문 쇼핑몰들이 신식 구조로 개조하기 이전 10여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중국의 것들은 한국의 것보다 조금 느리게 진행된다.

소도매 상점이 알차게 구성된 쇼핑몰의 수는 이 일대에만 총 7곳에 달한다. 일명 ‘닭장’이라 불리는 오래된 중국식 건물에서는 주로 도매업이, 최근에 건축된 신식 쇼핑몰에서는 소매업이 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곳에 왔다면 도매로 운영되는 곳에 찾아 싼 값에 좋은 물건을 횡재하듯 구매하는 것이 매력이다.

이즈음 찬양을 지속하니, 독자들은 이곳의 물가가 얼마나 저렴한지 궁금하실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티셔츠 한 장에 10위안(약 1800원), 곱게 포장된 남성 정장 셔츠 3장에 100위안(약 1만 8천원), 원피스 3장에 100위안(약 1만 8천원), 청바지 한 장에 10위안(약 1800원) 등으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이때도 에누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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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내외관 모습.

중국의 저렴한 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에도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의 가격은 현지인들조차 놀랄 정도로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때문에 필자는 계절마다 한 두 차례 이곳을 방문, 한 보따리 씩 물건을 사들고 돌아가곤 하는데, 지난겨울에는 두툼한 스웨터와 코트, 방한 부츠, 가방까지 400위안(약 7만 2천원)에 구입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잘 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비단 싸기만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당수 제품들은 한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품질 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는데, 이때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현지가격에서 일반적으로 많게는 10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으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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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가는 청년들. 일명 ‘사입삼촌’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필자는 실제로 이곳에서 판매되는 의류들 가운데 상당수를 한국 온라인 유통 업체를 통해 목격한 적이 많다. 10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을 말이다.

때문에 필자는 천안문, 만리장성 다음으로 베이징을 찾은 지인들을 잊지 않고 이곳으로 안내하곤 한다.

다른 곳과 비교해 유명세가 없는 ‘복장시장’ 방문에 대해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지인들조차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싼 맛’에 반하고, 이후 제품의 품질과 다양성에 또 한 번 반한 뒤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화려한 것들에 지친 이들이라면, 조금 낡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한 복장 시장을 찾아가길 추천한다.

그리고 ‘닭장’같은 외관의 낡은 건물들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상인들과 그들의 일상적인 삶이 빚어낸 풍경들에서 잊지 못할 진짜 베이징을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찾아가시는 방법

◦ 베이징 지하철 4호선 동우위엔역(动物园站) D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작은 골목으로 직진하면 东鼎、天乐、众合、天皓城、金开利德、世纪天乐 등 각양 각색의 소도매 쇼핑몰을 마주할 수 있다.

◦ 이용시간: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새벽시장으로 주로 도매 거래처들이 문을 연다.
이후 오전 9시부터는 소매상점들이 오픈하는데, 이들 소매상점들은 오후 4시 이 후가 마감 시간이다. 가급적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시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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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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