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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다이나믹과 오가닉 와인 (3) : 이 와인은 아황산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다이나믹과 오가닉 와인 (3) : 이 와인은 아황산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Monica S Lee 2016년 4월 18일

문득 와인을 마시다, 와인 라벨 뒷면에 ‘CONTAINS SULFITES’ 라는 문구를 보았다. “원래 와인에는 아황산염이 들어있는 건데 왜 굳이 이렇게 적어놓았을까? 아황산염이 그렇게 치명적인 첨가물인가?” 

이황산염이 0인 와인은 없다.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아황산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테리아 번식과 산화를 막기 위해 생산자가 추가로 아황산염을 넣는다. 나라마다 기준치가 다르고, 와인 종류마다 첨가량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레드와인 한 병에는 80mg 정도의 아황산염이 들어있다. 와인 애호가라서가 아니라, 이 수치는 건망고 한 봉지, 견과류 한 봉지에 비하면 손톱의 때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실상 와인 외에 아황산염을 포함한 가공품은 많다.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참치캔을 포함하여.

그렇다면 왜 어떤 와인은 ‘CONTAINS SULFITES’을 표기하고, 어떤 와인은 표기하지 않을까? 이 표기는 미국에서만 의무사항이다. 유럽산이라도 미국에서 팔린다면 반드시 ‘CONTAINS SULFITES’를 표기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 문구를 발견했다면, 미국산 와인이거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와인 라벨을 사용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이 문구가 적혀있든 적혀있지 않든 아황산염이 첨가된 것은 똑같다. 미국에서 아황산염 표기를 의무화한 것은 천식 환자를 위해서다. 인구의 약 1%가 아황산염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만성 천식 환자다. 이들에게는 아황산염이 생명을 위헙할 정도의 위험하기 때문에 함유 사실을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 아황산염 0.7mg/kg 체중/일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금방 배출된다. 몸무게가 70kg이라면, 와인 다섯 잔 정도의 50mg 아황산염은 바로 화장실에 가면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준은 ‘매일매일 먹어도 되는’ 섭취량이기 때문에, 설령 다 빠져나가지 않아도 해로운 것은 아니다. 보통 와인을 마신 후 두통의 원인이 아황산염이라고 하는데 명확한 근거는 없다. 건망고 한 팩을 맛있게 먹고 두통에 시달리지 않듯이. 두통은 단지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다. 와인마다 첨가량은 다르지만, 대개 화이트 와인이 레드와인보다 아황산염이 많고, 스위트 와인이 가장 많다.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은 ‘Sulfite Free’ 와인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은 ‘Sulfite Free’ 와인

친환경 와인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오가닉 와인은 평균보다 더 낮은 아황산염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No Sulfites’ ‘Sulfites Free’ 같은 아황산염 무첨가를 지향한다. 그래도 발효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10mg 안팎의 아황산염은 여전히 있다. 0은 아닌 것이다.

내추럴 와인이란 용어는 바이오다이내믹이나 오가닉 와인과 다르게, 법적 규제나 통일된 인증 시스템이 없다. 여러 개의 비공식 협회들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꼭 그 인증을 받지 않아도 ‘내추럴 와인’이란 단어를 쓸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은 공통적으로 바이오다이내믹 혹은 오가닉 농법으로 포도를 기르고, 양조과정의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한다. 물리적 개입이란 가당, 수입산 효모 사용, 인위적인 산도 조절, 첨가물 및 오크칩 사용, 필터링, 아황산염 첨가 등을 의미한다. 프랑스 AVN이 가장 유명한 내추럴 와인 인증 협회다.

내추럴 와인이 홍보하는 바를 들어보면 대개 ‘아황산염’을 큰 주제로 둔다. “우리는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는다”가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인 것이다. 물론, 의미는 있다. 아황산염 알레르기를 가진 1%의 만성 천식 환자와, 개인적인 신념으로 첨가물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Sulfites Free’ 와인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황산염 무첨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내추럴 와인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아 더욱 건강하고, 와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1%의 알레르기 체질이 아닌 이상, 일반 성인 남자라면 와인 1병을 마셔도 대부분의 아황산염을 체외로 배출할 수 있고, 일반 성인 여자라면 와인 1/2병은 매일매일 마셔도 무관하다. 와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데, 아황산염이 오히려 와인 본연의 맛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황산염은 와인을 보존하는데 필수적이다. 아황산염을 넣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와인 본연의 맛을 잃을 확률이 높다. 와이너리에서야 위생과 관리에 밤낮으로 심혈을 기울여 산화와 박테리아를 막는다 할지라도, 위험 수출입 과정과 소도매업자 보관, 소비자 개인 보관 등 전 유통과정에 도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랜 숙성은 고사하고, 보관을 잘못하면 맛과 향이 쉽게 변질된다. 내추럴 와인은 보관이 중요하고, 숙성이 어려우며 –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도 있다, 무척 신선한 채로 바로 마셔야 한다. 잘못하면 식초가 된 쉬어버린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예컨대, 새로운 맛과 향을 위해 야생 효모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규격화된 포도 품종 대신 직접 포도 품종 클론을 개발해 시도하는 등의 일은 결국 와인의 ‘다양성’을 단단히 키워낼 것이다. 아황산염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기존 와인만큼 숙성하고 보관의 어려움이 없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내추럴 와인이 바이오다이내믹과 오가닉 농법을 사용하는 것도, 환경적인 측면을 생각할 때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프레임(Frame) 싸움이다. “아황산염은 건강하지 않으며, 와인 본연의 맛을 해친다.”라는 그릇된 프레임을 ‘내추럴 와인’의 생산자와 판매자가 만들고 있다. 이런 홍보 방식은 일시적인 논란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철학을 가진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에게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런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할 것이다. 

자, 그럼 아황산염을 얼마큼 먹어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몸무게를 한번 대입해보자. 0.7mg/kg 체중/일. 나는 하루에 몇 잔 못 마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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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ca S Lee

WSET Diploma candidate, 香港거주. 바다와 와인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기고가.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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