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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배경이 된 지중해의 섬, 시칠리아

명화의 배경이 된 지중해의 섬, 시칠리아

<대부>, <그랑블루>, <씨네마천국>의 명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감동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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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와 ‘영화’는 많은 관련이 있다. 여행지를 미리 느끼고 싶다면 <시네마천국>, <말레나>, ‘<대부>, <그랑블루>’ 그리고 알랭드롱이 주인공이었던 <레오파드>를 챙겨보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영화 속에는 소박한 마을 풍경과 고색 창연한, 낡은 도시의 빈티지한 아름다움, 그리고 코발트색 지중해 바다와 광활한 자연이 자주 등장한다. 당장이라도 빠져들고 싶은 지중해의 바다는 여행감성을 마구 마구 펌프질 할 것이다.

#<대부>의 작은 마을, 사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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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하면 ‘마피아’가 먼저 떠오른다면 십중팔구는 이 영화, <대부>(1972) 때문이다. 사실 ‘마피아’는 시칠리아 여행을 하면서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마피아’는 없어요. 그들은 이곳을 떠나, 뉴욕, 로마같은 대도시에 있지요” 라는 이야기를 현지에서도 많이 들었다. 설사 있더라도 관광객이 ‘마피아’를 실제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는 주인공 비토 코를레오네의 고향으로 시칠리아를 설정했다. 원래 코를레오네란 도시는 팔레르모 근처에 있으나, 감독은 동부에 위치한 포르차 다그로(Forza d’Agro)를 코를레오네라 소개했다. 그리고 섬 동부의 최대 휴양지 타오르미나에서 멀지 않은 언덕 위의 작은 마을, 사보카(Savoca)에서 <대부>의 중요장면들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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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 비텔리(Bar Vitelli)가 보인다. 마이클로 분한 알파치노가 청혼을 하던 장소다. 이 곳은 사랑이 결실을 맺은 곳이라 그런지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포토스팟이다. 이 곳이 관광지라는 것을 알려주듯 입구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을 기리는 금속 조형작품과 기념품 가게가 보이지만 생각보다 마을은 조용한 편이다.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언덕 아래는 장관이었다. 꼭대기 근처에 위치한 산타 루치아 성당은 결혼식 장면과 신부와의 장면들에 등장했다. 사보카는 타오르미나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정도 걸린다. 꼭대기엔 일주일만 머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부티크 호텔도 있다. 영화팬이라면 이 곳에서 꼭 시간을 내어 머물러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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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과거와 현재를 만난다, 팔레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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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주도인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관문이다. <대부>시리즈 중 3부의 종결에 등장하는 ‘마시모 극장’은 팔레르모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고 유럽에서는 세 번째 규모인 오페라 발레 전용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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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는 기원전 8세기 경에 건설되어 페니키아, 로마제국, 비잔틴 제국 등의 지배를 받았고 9세기에서 11세기 아랍 지배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알려졌었다. 노르만족이 많은 유적들을 파괴했지만 시칠리아인들이 힘을 모아 도시를 재건하면서 탄생시킨 아랍-노르만 양식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라 했던 괴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도시는 충분히 아름답다. 도시는 16세기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분수를 볼 수 있는 프레토리아 광장, 12세기부터 600년에 걸쳐 지어진 팔레르모 대성당, 노르만, 비잔틴, 이슬람 양식이 가미된 노르만 궁전에 이르는 다채로운 유적지와 그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시칠리아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구시가지 면적의 대부분은 항구구역 칼사와 부치리아가 차지한다. 주로 외곽에 있었던 스타일리시한 레스토랑 호텔들이 최근 구시가지에 들어서면서 이 곳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팔레르모 근처의 전원도시 바게리아(Bagheria)는 양떼목장, 언덕엔 그리스 신전이 보이는 곳으로 팔레르모와 함께 <대부>3부에 등장했다. 팔레르모에 머무는 동안 함께 둘러보아도 좋겠다. 바게리아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고향이라 <시네마천국>의 팬이라면 기억해야 할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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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의 배경이 된 체팔루, 팔라조 아드리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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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조 아드리아노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앞서 언급했듯이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바게리아 출신이다. 그의 주요작품인 <말레나>와 <시네마천국>,<바리아>는 모두 시칠리아에서 촬영했다. <시네마천국>은 산속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팔라조 아드리아노( Palazzo Adriano), 해변휴양지 체팔루(Cefalu)가 배경이다. 체팔루는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낭만적인 해변휴양지다. 토토가 고향을 떠날 때 배경이 된 기차역, 바다 장면들이 떠오른다. 팔레르모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곳은 아랍과 노르만, 비잔틴 양식이 뒤섞인 두오모성당, 전경이 아름다운 라 로카 바위절벽, 마리나 광장 등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 그림 같은 풍경들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휴양객들은 산을 배경으로 한 알록달록한 집들과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다. 바와 나이트클럽도 많아 배낭여행자들도 자주 머무는데 특급호텔부터 백팩커숙소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체팔루 같은 곳에선 토토를 그리워하며 며칠 머물러도 좋겠다. 토토의 어린시절의 주무대인 팔라조 아드리아노에는 파라디소 극장과 광장이 있다. 주인공 토토로 분한 꼬마도 이 마을에서 캐스팅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곳은 체팔루처럼 유명한 휴양지는 아니지만, <시네마천국> 팬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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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유적과 휴양의 조화, 천국의 땅 타오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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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 <레옹>으로도 유명한 뤽 베송의 작품인 <그랑블루>의 강렬했던 파란 포스터처럼 타오르미나의 이솔라벨라(Isla Bella)해변도 가슴속에 영원이 남을 푸른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바다와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다이빙 경쟁, 결국 바닷속에 머물기를 선택한 그들의 광기와 집착은 그들의 죽음이 비극인지 해피엔딩인지 모른다. 그들이 선택한 죽음의 순간을 진정한 자유로 묘사한 감독은 <그랑블루>의 제 3의 주인공을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타오르미나 필름 페스티발과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칠리아 제 1의 휴양지, 타오르미나는 해발 250m 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BC 5세기 그리스의 식민도시로 건설된 낙소스 멸망 후 그리스인들이 이주해 건설했다고 알려져 있다. 뒤로는 에트나산, 앞으로는 이오니아해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마을 정상엔 그리스 원형극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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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도 넘은 야외극장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산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듯한 형상의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이 시린 장면을 보러 시칠리아에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디에서나 흩날리는 꽃과 레몬향, 코발트색 시린 바다, 아름다운 유적지,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까지 관광과 휴양의 조화로운 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다. 타오르미나는 시칠리아를 방문했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시간을 들여 방문할 가치가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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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풍의 바로크 도시, 시라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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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쿠사하면, 두오모 광장을 걷던 <말레나>의 모니카 벨루치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떠오른다. 너무 아름다워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말레나>의 뮤즈, 모니카 벨루치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바리아>란 영화까지 한 번 더 호흡을 맞추었다. <바리아>는 감독의 고향인 바게리아를 배경으로 촬영된 2009년 영화다.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모니카벨루치가 또각또각 걸어갔던 광장은 시라쿠사의 두오모 광장이다. 시라쿠사는 낮엔 대리석에 반사된 햇빛, 밤엔 화려하게 쏟아지는 건물들의 불빛으로 보석같이 빛나는 고대도시로 관광과 역사의 중심지는 구시가인 오르티지아(Ortigia)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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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본섬과 3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이 쉽다. 기원전엔 채석장으로 이후엔 감옥으로 사용됐던 독특한 형태의 동굴인 ‘디오니소스의 귀’, 아르키메데스 광장, 대성당, 바로크양식의 결정체인 두오모 광장 등을 둘러보며 시라쿠사의 낭만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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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에올리안 제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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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포스티노>의 배경지 우편배달부 마리오와 노벨상 수상 시인인 네루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정과 신뢰를 그린 아름다운 영화 <일 포스티노>(1994)도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빠뜨릴 수 없다. 영화에선 나폴리의 작은 섬이라고 표현되었지만, 실은 시칠리아 동북쪽에 위치한 화산군도 에올리안 제도의 살리나섬에서 촬영되었다. 에올리안 제도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지로 매년 7~8월이면 이탈리아 전역과 유럽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유명하다. 아직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시칠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이 장소도 고려해 볼만 하다. 에올리안 제도의 7개의 섬 들 중 가장 큰 섬은 리파리, 3.9km이고 가장 작은 섬은 파란네아 0.34km 이다. 그 중 마씨모 트로이지 감독은 <일포스티노>의 촬영지로 살리나 섬을 골랐다. 에올리안 제도가 유명해 진 것은 1950년대에 잉그리드버그만 주연의 <스트롬볼리>란 영화가 큰 몫을 했다. 이 영화로 인해 이 조그만 섬들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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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1963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전 <레오파드>는 버트 랭카스터, 알랭 들롱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은 장면 장면을 한 장의 프레스코 작품을 보여주듯,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문학작품을 영화화한 걸작으로 평가되는 <레오파드>는 시칠리아 배경의 시칠리아 역사를 담은 영화로 <흔들리는 대지>, <로코와 그의 형제들>에 이어 감독의 시칠리아 오마주의 마지막작품이다. 팔레르모와 인근의 작은 마을 치민나(Ciminna)에서 촬영되었고 허구의 도시, 돈나푸가타란 곳을 등장시킨다. 이 지명은 현재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의 브랜드명이 되었다. 최근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캘리포니아’란 별명을 얻을 만큼 와인산지로도 급성장했다. 에트나 산기슭의 유니크한 와인, 마르살라지역의 단 맛나는 와인 뿐만 아니라 에올리안 제도, 시칠리아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즐기며 네로 다볼라 100%로 만든 시칠리안 와인을 홀짝인다면 올 여름 방콕도 슬프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음악은 와인에 어울리는 최상의 안주가 될 것이다. 시칠리아를 가기 전 또는 갔다 온 후에 이렇게 영화로 시칠리아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시칠리아를 거론한 문학작품과 영화는 무수하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기>란 책을 통해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 라고 했고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 라고 했다.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자연, 열정적인 사람들, 소박하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거대한 유적지들이 산재한 이 섬은 많은 예술인들에게 열정과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대한 영화들의 배경이 된 지중해의 작은 섬 시칠리아에서 감명 깊게 봤던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칠리아 = 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여행작가 travel.cho@gmail.com
무브매거진(www.movemagazine.co.kr)은 한 호에 한 장소만 이야기하는 데스티네이션 트래블매거진이다. 조은영은 무브매거진의 편집장이며 ‘집만 나서도 여행이다’라는 여행철학으로 한 곳에 오래 머물며,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 한 장소를 깊이 여행한다. 저서로는 <홍콩데이><저스트고 푸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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