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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소믈리에 후보자들의 테이스팅 세션을 참관하다

마스터 소믈리에 후보자들의 테이스팅 세션을 참관하다

최태현 2017년 10월 25일

와인 애호가들은 모두가 아는 그 영화, 2012년에 개봉한 와인 다큐멘터리 “SOMM”을 보면, 마스터 소믈리에 도전자들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훈련 모습이 나온다. 당시 후보자였던 이안 코블(현재 마스터 소믈리에)은 마스터 소믈리에 앞에서 실제 시험과 똑같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화이트 와인 3잔, 레드 와인 3잔, 시간은 총 25분. 본 에디터는 샌프란시스코 와인 스쿨에서 진행된 마스터 소믈리에 주관, 어드밴스드 소믈리에들의 테이스팅 훈련 세션을 참관하고 왔다. 그리고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이 생생한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WSET Diploma를 같이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참관한 마스터 소믈리에 테이스팅 지도 세션은 데이비드 글랜시 마스터 소믈리에 주관으로 10월 16일에 있을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과 정확히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와인부터 밝히자면,

화이트 와인

1. 독일 라인가우 리슬링 트로켄 2014
2. 스페인 리아스 바이 사스 알바리뇨 2013
3. 프랑스 보르도 페삭레오냥 블랑 2011

레드 와인

4. 프랑스 보졸레 크뤼 플뢰리 2014
5. 미국 소노마 러시안 리버밸리 진판델 2014
6. 이탈리아 바르바레스코 2012

첫 번째 후보자인 제레마이어 모하우스는 어드밴스드 소믈리에이자 샌프란시스코 SPQR 레스토랑의 매니저 겸 헤드 소믈리에이다. “미국 영 소믈리에 컴피티션 2014”의 우승자이기도 한 제레마이어는 6개의 와인을 25분 안에 모두 디스크립션 했고, 그 중 보르도 블랑, 보졸레 크뤼 플뢰리, 진판델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하지만 리슬링을 알바리뇨로, 알바리뇨를 그뤼너 벨틀리너로, 바르바레스코를 끼안띠 클라시코로 잘못 결론을 내렸다. 충분히 헷갈릴 수 있었던 와인이었고, 디스크립션 전개 자체는 파이널 콜과 어긋남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나 유려하고 막힘 없는 어휘 선택. 우리나라 소믈리에들의 태생적 한계인 언어 장벽이 없으니, 디스크립션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하지만 부드럽게 쏟아져 나왔다. 너무 빨라서 일부는 놓쳤을 정도. 그리고 제레마이어는 본인이 말하는 과일과 허브, 각종 향을 실제로 알고 말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사실 향을 맡아본 적이 없지만 외워서 디스크립션 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국내에 없는 과일이거나 구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와인을 1번부터 순서대로 테이스팅 하지 않았다. 하나씩 테이스팅을 해보고 머릿속에 순서를 그린 후, 자신 있는 와인부터 디스크립션에 들어간다. 한 글라스당 4분 10초, 첫 번째 디스크립션에서 자신감을 찾고 두 번째 와인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6개의 와인을 모두 디스크립션 하면, 데이빗 글랜시의 자세한 피드백이 이어지는데, 무엇을 놓쳤고, 어떤 로직이 잘못 되었는지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1번 리슬링의 경우, 페트롤 향을 감지하지 못한 점을, 2번 알바리뇨의 경우 그뤼너 벨틀리너보다 더 꽃향기가 풍성한 점, 6번 바르바레스코의 경우 타닌의 강도와 품종에 따른 과실 캐릭터의 차이점을 지적해줬다.

이렇게 총 3명의 후보자들을 만나보았다. 놀랍게도, 3명 모두 1번 리슬링을 알바리뇨로 콜 했다. 아마도 비슷한 과실 캐릭터, 그리고 비슷한 아로마 강도 때문에 헷갈렸으리라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페트롤 향을 찾아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에디터는 1번 와인을 라이트 바디, 높은 산도와 낮은 알코올, 시트러스 위주의 과실 캐릭터, 그리고 양초 냄새를 근거로 헌터밸리 세미용으로 콜 했다가 여지없이 틀려버렸다. 페트롤 향을 양초 향으로 착각한 것이 원인이었다.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나의 놀이로 즐긴다. 하나의 지역만 꾸준히 마시는 사람들은 뇌와 혀가 기억하고 있으므로 세부 마을까지 맞출 정도이다. 하지만 소믈리에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기억에 의존하는 테이스팅이 아닌, 로직에 의한 결론 도출의 과학이다. 기억을 배제하고 감각과 지식의 조합으로 후보 와인들을 하나 하나 제외해 나가는 과정의 예술이다. 정답이 틀렸다? 무슨 상관인가, 그 과정에 흠이 없다면 계속 훈련하면 그만이다.

두 번째 후보자였던 마틴 쉐한 스트로스의 디스크립션 영상을 보며 CMS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마틴은 화이트 와인은 전부 틀렸고, 레드 와인은 전부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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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샌프란시스코에서 WSET Diploma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W가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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