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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와인의 반전

고운 빛깔로 유혹하는 로제 와인(Rose Wine). 수채화 물감이 물든 듯 연한 파스텔 봄빛에서부터 주홍빛 한 방울이 들어간 로제까지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쩐지 달콤할 거 같은 느낌이 있지만 의외로 로제는 드라이한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달콤한 모스카토 로제(Moscato Rose)나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만을 상상했다면, 지금부터 하늘 아래 이렇게 다양한 로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 있다. 이에 앞서 로제는 어떻게 그런 매력적인 빛깔을 띠게 된 걸까? 다시 말해, 로제는 어떤 품종으로 어떻게 만들까?

로제 와인 양조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포도를 압착해서 포도 껍질에서 비롯된 색소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짧은 마세라시옹(Maceration: 침용)을 진행하는데, 껍질과 포도즙을 담가 색과 아로마 등을 뽑아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레드 와인과 달리 몇 시간 또는 1~2일 정도만 이 과정을 거치기에 연한 붉은빛을 띤다. 원하는 색을 얻었다면 껍질과 분리한 뒤 포도즙은 발효를 시작한다. 침용 기간이 길수록 더 진한 색을 뽑아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쎄니에(Saignee) 방식으로, 프랑스어로는 ‘피를 흘리다’라는 의미가 있다. 레드 와인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과정을 적용하되 마세라시옹 과정 초반에 피를 뽑아내듯 포도즙 일부를 탱크에서 빼내어 로제 와인을 만들고 탱크에 남은 포도즙으로는 레드 와인을 만든다.

마지막으로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는 방법(Blending)이다. 사실, 유럽의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지리적 표시 제도)에 따라 스틸 와인 양조 시 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샴페인만큼은 예외이기에 로제 샴페인은 블랜딩하는 품종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다.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법]

눈치챘겠지만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 양조 시 사용하는 포도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피노 누아(Pinot Noir), 산지오베제(Sangiovese),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템프라니요(Tempranillo), 쌩쏘(Cinsault), 무르베르드(Mourvedre),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 모스카토(Moscato)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같은 신대륙(New World) 로제는 스위트하면서 과실향이 두드러지고, 프랑스와 같은 구대륙(Old World) 로제는 섬세하고 드라이한 경우가 많지만, 양조방식과 포도 품종, 떼루아(terroir) 등에 따라 맛과 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화이트 진판델 (White Zinfandel)은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달콤한 로제 와인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레드 와인 품종인 진판델을 생각해보면 드라이한 로제 와인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에게 모스카토(Moscato)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 더 익숙한데, 여기에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을 조금 넣으면 모스카토 로제가 탄생한다. 모스카토는 품종 특성상 당도가 높기도 하지만, 발효가 일찍 중단되면 잔류 당 성분으로 인해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달달한 와인이 된다.

그렇지만 대다수 로제 와인은 달콤한 맛과는 거리가 있다. 특유의 베리 아로마로 달콤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실제 당도로 볼 때 드라이 범주에 속한 로제 와인이 더 많다. 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나 랑그독-루씨옹(Languedoc-Roussillon) 지역의 지배적인 품종 중 하나인 그르나슈 또한 드라이 로제를 만들 때 사용하며 시라 품종과 섞어 다른 맛과 향을 뿜어낸다. 자몽이나 베리 아로마에 레몬이나 라임이 연상되는 산뜻한 산도가 뒷받침해주는 로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 지역에서는 피노 누아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만드는데, 딸기와 시트러스(citrus) 계열 아로마가 두드러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만들며, 딸기와 향신료 아로마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로제 샴페인은 일반 샴페인처럼 보통 피노 누아(pinot noir)나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그리고 샤르도네(chardonnay)를 블랜딩해 만든다. 일반적인 로제 스파클링보다는 깊이와 풍성한 아로마 측면에서 더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빈티지 로제라면 숙성된 샴페인 특유의 고소한 내음과 과실향이 어우러지기에 한 번은 꼭 마셔봐야 할 와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늘은 로제 샴페인 한 잔!]

로제는 이렇듯 심플한 아로마의 스위트하거나 드라이한 와인에서부터 복합미와 좋은 밸런스를 선보이는 와인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그러니 겉모습만 보고 달콤할 거라고 상상하면 절대 안 된다. 로제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설레는 커플 같은 모스카토 모습이기도 하지만,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오랜 연인이나 부부처럼 빈티지 로제 샴페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로제에 대한 편견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적당히 칠링(chilling)한 로제 한 잔 어떨까요?

Tags:
고혜림

와인 덕질 중인 본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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