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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에도 어깨춤을 추게 하는 국산 시드르 3종

혼술에도 어깨춤을 추게 하는 국산 시드르 3종

Sunjoo Kim 2021년 1월 25일

연말연초의 들뜬 분위기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차분하고 조용해졌다. 지인과의 사적인 모임이나 회식은 비대면으로 대체했고, 집에서 각자 조용히 기분을 내는 분위기다. 대신 홈파티를 위한 소품이나 집에서 마시는 홈술, 안주류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집에서 기분을 내야하는데, 혼자서 어깨춤을 들썩일 수 있는 신명 나는 술은 뭐가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시드르’ 였다.

사이더가 그 사이다가 아니네
시드르는 사과를 발효한 술을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시드르(Cidre), 영어로는 사이더(Cider), 스페인에서는 시드라(Sidra)라고 부른다. 포도가 재배되기 힘든 프랑스 북부지역, 영국 등에서 사과를 발효 시켜 술로 마셨고 이 술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더는 술이 아니라 음료다. 사이더가 알코올 없는 음료인 줄 알고 시켰다가 도수가 있는 사과 발포주라는 사실에 횡재한 기분이었다는 어느 술꾼도 있었다. 아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도 꽤 계실 것이다. 한국에서 술이 아닌 음료 ‘사이다’가 된 이유는 1884년 시드르가 일본을 거치면서 알코올과 사과 향이 빠진 ‘사이다’로 개발되었고,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프랑스나 독일, 영국 등에서 정통 시드르를 마셔보고 국내에서도 시드르를 찾는 마니아층이 늘어났다. 덕분에 국내 사과로 만든 시드르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요새로제

흥을 돋우는 상큼발랄한 시드르 <요새로제>
요즘 사람들, ‘요새 로제 사이더 마신다던데’라는 말을 줄인 <요새로제>. 예쁜 패키지에 반하고, 진홍빛 색상에 반하고, 오미자와 사과의 단맛과 상큼함에 세 번 반하는 ‘예쁜’ 로제 애플 사이더다. <요새로제>는 충주 사과에 오미자, 라즈베리를 첨가한 댄싱사이더 컴퍼니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되었다.

댄싱사이더 컴퍼니는 우리나라의 진짜 ‘사이더’를 만들고 싶어 미국 유수 양조사들로부터 사이더 기술을 전수받았다. 최고 품질의 충주 사과즙을 발효시키고 인공색소나 착향료,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실험적인 레시피와 센스있는 네이밍으로 댄싱 사이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 요새로제 외에도 근엄한 아버지를 춤추게 한다는 <댄싱파파>와 <스윗마마>, 청사과와 홉이 만난 <더 그린치> 역시, 샴페인을 대신할 축하주로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 사과술이다.

레돔시드르(출처:네이버푸드윈도)

사과 본연의 맛을 담은 내추럴한 시드르, <레돔 시드르>
도미니크 에어케 씨와 소설가 신이현 씨 부부는 2016년부터 충주 한 과수원을 빌려 시드르를 만들어 왔다. 시드르의 브랜드명은 에이케 씨의 애칭을 따 <레돔>, 농업법인회사 이름인 <작은 알자스>는 에어케 씨가 살던 고향의 이름이다.

<작은 알자스>에선 원재료 외에 다른 것을 거의 첨가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 스타일로 술을 생산한다. 과일만을 사용하여 맛을 내고, 야생효모로 발효를 시키는 프랑스 농가의 전통기법 그대로다. 와인 제조 과정만 유기농이 아니다. 농사단계부터 유기농 방식으로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인공적이라곤 가미되지 않은 자연의 맛, <레돔 시드르>는 천연 기포와 누룩향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레돔 시드르>는 어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헤베

드라이한 시드르의 재발견, <헤베>
경북 의성에서 대대로 과수원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년 넘게 사과주를 만드는 한국애플리즈. 시드르, 애플 브랜디, 사과 와인, 소주 등을 꾸준히 내놓았으며, 그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에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애플리즈는 해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대단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경북 의성까지 찾아올 정도였다.

최근 한국애플리즈에서 100% 국내산 사과 원액을 발효해 만든 <헤베>를 출시했다. 헤베는 그리스 신화 속 젊음의 여신으로,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신들은 젊음을 유지했다고 한다. 기존에 출시된 시드르도 있지만, <헤베>는 당도가 거의 없는 드라이한 맛에 사과의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당도가 높아 시드르를 멀리하셨던 분이라면, <헤베>를 적극 추천해 드린다. 단, 시드르 치고 도수가 높아(9도) 가볍게 마시다간 앉은뱅이 술이 될 수 있음에 주의하자. 겨울철엔 정향이나 시나몬 등의 향신료나 시럽 등을 넣은 후,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따뜻하게 마셔보시라. 시드르를 재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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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oo Kim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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