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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더 가까워진 전통주와의 거리 ‘전통주 보틀숍’

한 뼘 더 가까워진 전통주와의 거리 ‘전통주 보틀숍’

Sunjoo Kim 2020년 9월 22일

“전통주를 좋아하는데, 술 구하기가 힘들어요.”란 말은 옛말이 되었다. 2017년 7월,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우리 집 문 앞까지 술 배달을 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주 종합쇼핑몰이 등장하면서 각기 다른 양조장의 술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필자는 GS25 편의점 앱을 접속하고 깜짝 놀랐다. GS25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손잡고 <전통주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GS25는 지난 7월부터 와인25 플러스라는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출시하여 사전 주문, 결제한 주류를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시작한 <우리술 담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비대면이 일상인 현재, 이 얼마나 스마트한 술 수령인가!

전통주갤러리에서 전시·판매되는 우리술

하지만, 책을 살 때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책을 만져본 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필자에게는 맛보지 않은 술을 덜컥 사는 건 굉장한 모험이다.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어느 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운 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기 때문이다. 그는 대문호이기에 실패한 맛조차 실타래처럼 글로 뽑아내지만, 필자에겐 그런 글재주도 뽑기 운(?)도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이 익숙하고 편한 세상이라지만, 오프라인이 있어야 할 자리도 있다. 맥주나 와인처럼 전통주도 전문 보틀숍이 많아진다면, 우리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날 것이다. 내가 마실 술은 직접 보거나 맛본 후 고른다는 분들께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주 보틀숍> 4곳을 소개하겠다. 취향에 맞는 술을 어긋남 없이 만나길 기원하며.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전통주 전문매장 <우리술방>

우리술방
백화점 지하 슈퍼마켓이나 와인샵, 비타민제를 파는 매장 사이에서 <우리술방>의 간판을 보셨을 수도 있겠다. 신세계 백화점 측이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고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2013년 8월 한국 전통주 진흥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진행한 프로젝트가 <우리술방>이다. 지역 명주 사이에 세련된 디자인 패키지가 보인다.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DIY막걸리>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막걸리 분말과 김치 유산균 발효제가 들어 있어 물을 넣고 이틀간 숙성시키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물’만 넣고 48시간 발효라니. 이보다 더 쉽게 만드는 막걸리는 없다. 여기에 유자, 꿀, 견과류 등을 넣는다면 세상에 하나뿐인 막걸리가 완성된다.

문래동에 있는 전통주 전문 보틀숍 <현지날씨>

현지날씨
문래동에 있는 파란색 간판의 <현지날씨>. 막걸리 학교 출신인 부부가 운영하는 전통주 보틀숍으로 아내의 이름인 ‘현지’에서 가게 이름을 따 왔고, 첫 데이트 장소였던 ‘문래동’에서 가게를 열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던 건 사랑이 넘치는 두 사람의 기운 덕분인가보다. <현지날씨>의 한종진 대표는 필자의 손에 들려있던 막걸리의 실루엣만 보고서 어느 양조장의 어떤 술인지 맞힐 정도로 전통주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현지날씨> 매번 입고되는 술이 다르다.

“지금 가져가시는 술은 이 술보다 늦게 드시는 게 좋아요. 찹쌀 함량이 높아서 멥쌀 함량이 높은 술보다 먼저 드시면 맛을 제대로 볼 수 없거든요.”
술과 어울리는 안주, 이 술과 비슷한 술.. 든든하게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오늘 같은 날씨엔 어떤 술이 어울릴까?” 궁금하다면 네이버 지식인이 아니라 <현지날씨>의 한종진 대표님께 여쭤보자.

전통주 문화진흥을 위해 운영하는 홍보관 <전통주갤러리>

전통주갤러리
언제나 북적이는 강남역이지만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장면이 전환된 것처럼 한적해진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주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통주 문화진흥을 위해 운영하는 전시 홍보관이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전통주 명인이 빚은 술, 찾아가는 양조장의 술을 전통주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무료시음이 가능하다.

전통주갤러리에선 매달 테마를 정해 4~5가지의 술을 ‘이달의 시음주’로 선정한다. 상설시음회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네이버 사전예약을 한 후 방문해야 한다. ‘이달의 시음주’를 시음하고 술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들으면 전통주의 매력에 살포시 빠져들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술이 많았나? 새로운 술을 만나고 알아가는 기쁨도 있지만, 시음 후 술을 고르니 실패가 없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추가하면 구매 시 5%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필동 골목에 있는 전통주 보틀숍 <술술상점>

술술상점
올해 여름 필동에 생긴 <술술상점>은 막걸리학교에서 청년창업 프로젝트로 마련한 우리술 네트워크 공간이다. 종종 ‘술’이 ‘술술’ 들어간다는 말을 쓰는데, <술술상점> 상호를 읽으니 술이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갈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진다. 매장에 들어가면 탁주, 약주, 증류주, 와인, 맥주까지 술이 빼곡하게 차 있어 당황할 수 있다. 이럴 땐 직원분께 평상시 좋아하는 술의 취향을 말씀드린 후 추천을 받는다. 술을 추천하면서 술의 특징, 양조장, 술과 어울리는 안주 정보까지 술술 나온다.

<술술상점> 내부. 다양한 우리술(탁주, 청주, 와인, 증류주, 맥주까지)을 만날 수 있다.

기한이 짧게 남은 술을 할인 판매로 득템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송명섭 막걸리가 냉장고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광경을 조우할 때도 있다(송명섭 막걸리는 입고되는 즉시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다른 보틀숍도 마찬가지지만 항상 같은 술이 입고되는 건 아니다. 찾는 술이 있다면 매장을 방문하기 전, 전화로 확인해봐야 헛걸음치지 않는다. <술술상점> 안쪽에는 작은 생맥주 바가 설치되어 있다. 술을 구입하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울 때 잠시 앉았다 가라고 잡아 이끄는 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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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oo Kim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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