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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 베이징 : 베이징을 걷다 ①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 베이징 : 베이징을 걷다 ①

임지연 2016년 1월 27일

조금 느리다. 나는 걸음도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먹는 것도 조금 느리게 먹길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느리게 먹다보니, 먹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차곡히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 쉰 음식들을 버려야 하는 게 여간 아까운 것이 아니다. 때문에, 내 기준에서 ‘조금’ 쉰 것은 그냥 먹어 치우는 일이 많다. 최근에는 버스까지 타고 나가서 한 팩에 14위안(약 2800원)이나 주고 사온 인절미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쉰내’가 났지만, 아까운 마음에 한 팩을 다 먹어치웠다. 한인타운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6정거장이나 나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내 성격을 좋아하기도, 또 끔찍하게 증오하기도 한다. 미련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엇이든 남들보다 조금 느린 내가 남들보다 조금 빨리 사랑에 빠진 곳이 있다. 바로 이곳, 베이징이다.

베이징과의 첫 인연은 주말을 활용한 단순한 ‘여행’이었다. 부장님께 1일 연차를 제출하고 금요일 아침 비행기에 올라 짧은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더 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그 해 6월, 부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흘렀다.

친구들은 이직을 하거나, 승진을 했고, 결혼한 친구들은 2세를 낳았고, 그 중에 몇은 학부형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 사이 베이징 곳곳을 오래도록 걸었다. 느리게 여행하기 위해 걸어 다니는 방식으로 여행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마주하고,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배워나가고 있다.

800년 중국의 수도
베이징, 1환부터 6환까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1환부터 6환까지 동그란 ‘환’ 모양으로 정직하게 구획된 계획 도시 형태를 하고 있다. 800년 이전부터 오랜 기간 중국의 수도 역할을 담당한 묵직한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으로, 1환부터 6환까지 동네 구석구석마다 역사 유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골목 끝자락에는 계획에도 없던 유적을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에 베이징에서의 발걸음은 언제나 뜻하지 않은 기대감에 젖어있기 마련이다.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午门)은 궁궐 문으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이다.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午门)은 궁궐 문으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이다.

1환의 중심에는 한때, 서양인들에게 베이징을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로 불리게 한 ‘자금성(紫禁城)’이 자리하고 있다. 금지된 도시 ‘자금성’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궁궐이다.
1407년부터 명·청 시대를 호령했던 24명의 황제가 이곳에 기거했는데, 전체 넓이만 72만 평방미터, 남북 길이는 961미터, 동서 길이는 753미터에 달한다.
궁궐 내부에 보존된 100만점의 유적 탓에, 현지에서는 고궁박물관(故宮博物館)으로 불리는데, 궁궐을 짓기 위해 건축 자재를 수집하는데 30여년이 소요됐고, 당시 14년간 매년 50만명의 인부들이 동원되어 지어졌다고 한다.
천제의 아들이라 칭했던 황제는 천제가 사는 곳의 방의 수가 1만 여개라 생각했고, 아들인 황제는 그 보다 적은 방의 수를 가지길 원했기에, 조성된 방의 수가 9천 999개라는 유래가 전해진다.

태화전 앞에 서면, 누구나 그 웅장함에 압도당하기 쉽다.

태화전 앞에 서면, 누구나 그 웅장함에 압도당하기 쉽다.

인양문2

황금색 물결의 지붕들과 '인양문(仁洋門)' 현판 오른쪽에 함께 쓰인 청나라 시대의 만주족 문자가 눈길을 모은다.

황금색 물결의 지붕들과 ‘인양문(仁洋門)’ 현판 오른쪽에 함께 쓰인 청나라 시대의 만주족 문자가 눈길을 모은다.

인양문2

고궁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황금색’ 물결이다. 하늘위로 치솓은 지붕마다 황제의 상징인 금빛 찬란함이 장관을 이루는데, 태화전(太和殿), 중화전(中和殿), 보화전(保和殿) 등 금빛 기와지붕과 붉은 색 기둥, 10m가 넘는 높은 담벼락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태화전은 영화 ‘마지막황제’에서 어린 나이에 황제에 오르게 된 ‘푸이(溥儀) ‘가 즉위식 장면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이곳은 과거 황제가 권력을 행사하던 곳으로, 태화전 앞을 쭉 뻗은 길에 서면, 마치 세상의 중심에 선 듯 아스라한 어지러움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궁 입구에서부터 출입문인 북문까지 직선거리는 1km가 넘는데, 때문에 궁 내부 구석구석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하루 일정을 모두 고궁에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그 수고스러움은 천제의 아들 황제가 살았던 금지된 성 너머를 다정하게 살펴보기 위한 비용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쉬어가기 위해 떠나온 여행지 베이징, 이곳에서만큼은 잠시 느리게 걸어가길 추천한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쉬어가기 위해 떠나온 여행지 베이징, 이곳에서만큼은 잠시 느리게 걸어가길 추천한다.

또, 여행에 지친 이들을 위해 고궁 곳곳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도록 한 나무 의자들이 마련돼 있으니, 여행의 무게가 무거워질 때 쯤, 앉아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궁을 둘러본 뒤에는 궁궐 출입문인 북문으로 나와, 20m 앞에 자리한 징샨공원(景山公园)으로 걸음을 옮기길 추천한다. 징샨 공원이라 불리는 43m 높이의 공원은 고궁 인근에 조성된 인공호수 ‘베이하이(北海)’를 만들면서 생겨난 모래를 쌓아올린 인공 산이다.
입장권을 구매한 뒤, 10여분 정도 산을 오르면, 정상에서 비로소 천년 고도의 중국 수도 베이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CREDIT

  • 에디터

    임지연 (중국거주 작가)

  • 작성일자

    2016.01.27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logan@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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