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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와인의 페어링 (Cheese Pairing with Wine)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온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앤다이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홈파티 문화도 점차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요리를 하거나 바베큐를 준비하는 건 너무 번거롭다. 친구들이 가고난 후 남을 어마어마한 설거지 뿐만 아니라 조리기구에 붙은 기름 떼를 닦아낼 일도 막막하다. 집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고, 더 있어 보이는 홈파티 준비를 위해, 마시자 매거진 독자님들께 치즈와 와인 가이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한 때 치즈 하면 노란 미국식 체다 치즈만 떠올렸지만, 요즘 마트에 가면 정말 많은 치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때로는 너무 많고 다양한 치즈 종류에 당황하여 늘 먹던 것만 고르기 십상이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치즈 포장 용기를 보고 있자면 그 낯섦에 주눅들기 십상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치즈 제품은 가격이 매우 비싸, 잘 모르는 치즈를 도전하기에 리스크가 매우 크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치즈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버리게 되면 다시는 치즈 플레이트에 도전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치즈의 스타일을 대강 이해하고 맛을 짐작한 후, 치즈 플레이트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1. 치즈 플레이팅] 출처: https://honestlyyum.com/11492/the-perfect-fall-cheese-platter/

[사진 1. 치즈 플레이팅] 출처: https://honestlyyum.com/11492/the-perfect-fall-cheese-platter/

치즈는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 딱딱한 치즈 vs. 부드러운 치즈, 향이 매우 강한 치즈 vs. 향이 약한 치즈, 소젖으로 만든 치즈 vs. 양, 염소 젖으로 만든 치즈 등 다양한 스타일의 치즈가 있다.

이탈리아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나 프랑스의 콩테(Comte) 치즈 같은 딱딱하고 씹는 맛이 있는 치즈가 있는 반면, 프랑스의 브리(Brie)나 카망베르(Camembert)와 같이 크리미한 스타일의 치즈가 있다. 발냄새, 청국장 처럼 꼬리꼬리한 향이 나는 치즈가 있는 반면 모짜렐라 처럼 무향 무취의 치즈도 있다. 우리 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양젖,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도 유럽 등지 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치, 홍어, 된장, 간장 등으로 발효음식에 꽤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에는 치즈향을 싫어하거나 역하게 여기더라도 조금만 노출되면 금방 익숙해진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치즈는 선천적으로 맛있게 느껴지는 단맛의 초콜렛, 사탕 같은 식품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워서 맛있음을 깨닫게 되는 후천기호식품(Acquired Taste)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즈를 더 자주 먹어보고 접해볼수록 참 맛을 알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호불호가 가장 강한 치즈로는 영국의 스틸튼(Stilton), 프랑스의 로크포르(Roquefort),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Gorgonzola)로 대표되는 블루 치즈가 있다. 선명히 보이는 파란색 곰팡이 비주얼, 블루치즈 특유의 곰팡이 향, 메탈릭한 쇠맛은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이게 먹어도 되는 음식일까?’ 라는 의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이 맛을 계속해서 찾는다.

이렇게 다양한 치즈의 특징을 이해하면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치즈로 치즈 플레이팅을 구성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비슷한 느낌의 치즈로 플레이트를 구성할 수도 있다. 또, 치즈의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말린 무화과, 말린 살구 등 말린 과일을 함께 플레이팅 하면 좋고, 없다면 꿀이나 포도 같은 달콤한 간식을 곁들이면 미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도 좋다. 참크래커나 아이비 쿠키 같은 다소 뻑뻑한 크래커는 짭조롬한 치즈와 아주 잘 어울린다. 블랙이나 그린 올리브는 약간 싱거울 수도 있는 염소 치즈나 만체고 치즈에 간을 맞춰줄 수 있다. 구운 아몬드, 호두,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는 치즈의 고소한 풍미를 더욱 증폭시켜주기도 한다.

[사진 2.와인과 치즈 매칭] 출처: https://res.dallasnews.com/interactives/palate/texas-pairings/

[사진 2.와인과 치즈 매칭] 출처: https://res.dallasnews.com/interactives/palate/texas-pairings/

위의 요소를 고려하여 치즈 플레이팅을 완성하였다면 치즈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차례이다. 치즈의 다양한 특징에 따라 와인 또한 드라이 화이트부터 스파클링, 포트 와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와인 매칭이 제안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매칭은 블루치즈와 디저트 와인이다. 디저트 와인은 당도가 매우 높아 꿀처럼 느껴지는 와인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의 은은한 당도가 아니라, 먹는 순간 이것은 매우 엄청 달다고 생각되는 와인으로 이해하면 된다. 

디저트 와인은 보통 와인과는 다른 양조 방식을 가지고 있다. 우선, 포트, 셰리, 마데이라처럼 포도주에 더 강한 알코올을 첨가해 당도를 남긴 채 알코올 발효를 중단하는 주정강화(Fortified) 방식이나, 포도 수확을 늦게 하여 당도를 끌어 올리는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 프랑스어로는 방당쥬 따르디브(Vendange Tardive)) 방식, 눈이 오고 포도알의 수분이 언 뒤에 농축된 당도만 추출하는 아이스 와인(Ice Wine) 방식, 그리고 특유의 곰팡이에 노출되어 당도가 농축된 포도알을 수확하는 귀부(Noble Rot) 방식으로 나뉜다. 당도의 농축을 위해 포도알이 작아지기 때문에 디저트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에 일반 와인보다 더 많은 포도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디저트 와인의 가격은 사악하다. 이러한 달달한 와인들은 이미 색상부터 샛노랗고 투명한 병에 담겨져 있다. 보통 우리가 보는 화이트 와인 색상이 투명한 레몬 컬러라고 한다면, 디저트 와인의 색상은 개나리색 혹은 이보다 더 누르스름한 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유명한 프랑스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랑도 잘 어울리는 디저트 와인은 블루치즈 특유의 꼬릿함과 메탈릭한 쇠맛을 당도로 확 잡아주고 생각보다 높은 산도로 입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디저트 와인과 함께라면, 평소 블루치즈를 좋아하지 않았거나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블루치즈에 시도할 수 있다. 그 둘의 마리아쥬(Marriage, 프랑스어로 와인과 음식 궁합)가 그만큼 좋다는 얘기이다.

두번째 매칭은 브리(Brie)와 카망베르(Camembert)와 같은 부드러운 치즈에서 찾아보려 한다. 보통 브리 치즈는 프랑스 파리 근교, 카망베르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만든다. 이 치즈들의 식감은 겉은 쫄깃하고 속은 크림처럼 부드럽다. 그리고 향도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최근 마트에서 많이 보이고,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시도되는 치즈이다. 종종 구워먹기도 하며, 크래커에 올려 같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보여 준다.

맛이 까다롭지 않은 것처럼 와인 매칭도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한다. 오크향이 강하지 않은 화이트에는 무난히 어울린다. 브리와 카망베르 치즈의 크리미한 식감을 해치지 않을 부드러운 텍스쳐의 샤르도네(Chardonnay)가 잘 어울린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나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와도 무난히 어울린다. 레드 와인도 매칭이 가능하다. 오크향이 강하지 않고 타닌감과 바디감이 약한 레드와 매칭하면 좋다. 

세번째, 이탈리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프랑스 콩테(Comte)와 같은 단단한 치즈와의 와인 궁합을 알아보자. 이 치즈들은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며 적당히 꼬릿한 치즈다. 향기, 풍미도 있고 고급 치즈에 속해 저렴하지도 않은데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다.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하는 편이라 치즈 초보자에게 늘 추천하는 치즈이다.

어떤 와인과 먹어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짝 달달한 오프드라이(Off-dry) 스타일의 향기가  좋은 아로마틱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피노 그리(Pinot Gris),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프랑스 르와르 지역의 부브레(Vouray)와 매칭하면 좋다. 드라이 와인 중에서는 아르헨티나 토론테스(Torrontes), 드라이 아몬티야도(Amontilladeo) 셰리와도 잘 어울린다. 레드 와인 중에서는 산도가 높은 이탈리아 레드가 잘 어울리며 이탈리아 북부에서 유명한 네비올로(Nebbiolo) 베이스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가 잘 어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치즈를 녹여 빵, 감자 등과 함께 먹는 라클레트(Raclette), 퐁듀(Fondue), 흐블로숑(Reblochon)과의 와인 궁합을 알아볼 차례이다. 이는 전형적인 겨울 음식으로 스위스 지역이나 프랑스 알프스 지역인 사브와(Savoie) 지역과 같이 겨울이 긴 곳에서 흔히 먹는다. 이 치즈들 역시 향긋하고 산도가 있는 화이트와 레드 와인에 잘 어울린다. 아로마틱한 리슬링(Riesling)이나 스위스 샤슬라(Chasselas)와 함께 마시기에 좋고, 레드 와인의 경우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Pinot Noir)와 잘 어울린다. 

마음도 유난히 추운 요즘 같은 날, 좋은 사람들과 치즈와 함께 와인잔을 기울여 보시기를..


참고 문헌

Janet Fletcher (2006), Cheese&Wine – A guide to Selecting, Pairing and Enjo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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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영

WSET 고급(with distinction). 3개국어+a 가능. 국제학 석사. 20여개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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