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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하고 힙한 막걸리, 뉴트로 열풍은 아직도 진행 중!

유니크하고 힙한 막걸리, 뉴트로 열풍은 아직도 진행 중!

Sunjoo Kim 2020년 11월 24일

을지로의 을지다방

을지로 3가를 배회하다가 가까이 있는 다방에 들어갔다. 눈앞에는 1970~80년대에서나 봄 직한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졌다. 골드스타라고 쓰여있는 에어컨, 손으로 쓴 대추차, 쌍화차, 칡즙 등의 메뉴, 빛바랜 갈색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든 노신사까지.

그때 옥에 티(?)가 보인다. 20~30대의 젊은 대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친 채 노른자가 동동 떠 있는 쌍화차를 마시는 모습이다. 요즘 밀레니얼은 뉴트로에 빠져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레트로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재해석이라고 하였다. 몇 년 전부터 복고라는 뜻의 레트로(Retro)라는 단어에 이어, 이를 재해석한 뉴트로(New-tro)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한때는 시대에 맞지 않는 촌스러움이라 일컫던 문화가 이제는 무엇보다 힙한 세련됨으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뉴트로 열풍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통주를 향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전통주 구독 서비스나 오프라인 전통주 보틀샵의 이용자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옛날 술, 나이 든 사람이 마시던 술이라 생각하던 전통주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과 더불어 유니크하고 감각적인 술로 재해석되었다. 청년 양조자들은 젊은 감각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신경을 썼지만, ‘내’가 마시는 술이기에 ‘맛’을 우선시했다. 마케팅은 잠시 시선을 끌 수 있어도, 사람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선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

뉴트로 막걸리의 한 획을 긋다 <디오케이 브루어리>
디오케이(DOK) 브루어리는 맥주 제조기법으로 막걸리를 만들었던 이색적인 양조장이었다. 쌀과 누룩 외에 히비스커스, 석류, 레몬, 라임, 홍차를 부재료로 사용,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막걸리를 만들어 크래프트 막걸리의 선두주자로 불렸다. 석류와 히비스커스로 붉은색을 낸 <걍즐겨>, 레몬, 라임, 홍차를 넣어 쌉싸름한 맛을 내는 <뉴트로> 막걸리는 마니아층을 양성해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난달 말 막걸리 생산을 중단하며 위 막걸리들을 맛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독 브루어리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나루생막걸리 / 사진 출처: 한강주조 페이스북

한강주조 <나루 생막걸리>
고문서의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강주조의 <나루 생막걸리>는 감미료나 인공첨가물 대신 서울에서 재배한 경복궁 쌀과 아리수에 정수 필터를 사용해 술을 빚는다. 서울 쌀에 서울 물로 만든 ‘진짜’ 서울 막걸리인 셈이다.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는 과거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고, 성수동에서 카페를 했던 이력이 있다. 누구보다도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입맛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루 생막걸리는 패키지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단순하면서도 세련되었다. 동그라미는 해, 달을 의미하고 세모는 대지와 땅을 의미하고 네모는 한강에 존재했던 나루터와 나룻배를 의미한다.

막걸리는 6도와 11.5도로 두 종류다. 쌀에서 나오는 천연 단맛과 산미로 목 넘김이 좋은 막걸리와 깊은 단맛과 묵직함. 청사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여운을 주는 11.5도. 막걸리. 둘 다 편히 마실 수 있는 막걸리다.

흥흥흥 막걸리 / 사진 출처: 막걸린 인스타그램

막걸린의 <흥흥흥 막걸리>
필자는 막걸리를 마시면 노래 한 소절이 부르고 싶고 흥이 마구 올라온다.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막걸리가 등장했다. 올해 9월 제주 조천읍 와흘리에 오픈한 막걸린 양조장의 <흥흥흥 막걸리>다. MBC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를 연상시키는 8090 뉴트로 감성을 담은 패키지. ‘흥이 멈추지 않아! 흥흥흥’ 이라는 카피만 봤을 뿐인데, 단전부터 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막걸린 양조장에선 친환경 쌀, 전통 누룩, 물로 빚은 쌀 막걸리와 한라산 자연 벌꿀을 넣어 만든 꿀 막걸리를 빚는다. 아쉽지만 이 막걸리는 당분간 육지배송 계획이 없어 오로지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다. 제주 여행을 가야만 맛 볼 수 있는 희소성. 그게 또 여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흥흥흥 막걸리는 유리병에 담겨있는데, 병을 헹궈서 양조장으로 갖다주면 병 보증금 500원을 돌려준다고. 좀처럼 흥 날 일이 없는 요즘, 필자는 이 막걸리를 보자마자 제주도 항공권을 검색하였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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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oo Kim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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