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위드 코로나’ 시대엔 위드 막걸리 홈브루잉

‘위드 코로나’ 시대엔 위드 막걸리 홈브루잉

Sunjoo Kim 2020년 12월 10일

몇 개월이면 끝날 거로 생각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대신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이 늘고 있다. 현 상황이 언제쯤 끝날까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코로나가 일상이 된 지금을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다.

신간 <트렌드 모니터 2021>에서는 밖에서의 활동이 줄고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인 만큼 앞으로 대중 소비자들의 홈루덴스(Home Ludens) 성향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홈루덴스는 밖에서의 활동보다는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말한다.’라고 서술한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막걸리 홈 브루잉하는 일상을 지켜보며, 그녀는 진정한 홈루덴스이자 <위드 코로나> 시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 방송을 본 필자를 비롯한 친한 애주가들은 “그래, 우리도 이런 때일수록 직접 술을 만들어보자!” 는 생각을 했더랬다.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는 모습

애주가인 지인이 자신의 손으로 담근 ‘첫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는 교정에 떨어진 모과와 매실을 보니 어머니가 술을 담그던 기억이 났단다.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모과와 매실을 열심히 주웠고, 그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경비아저씨와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그는 술이 될 재료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큼직한 용기에 모과와 매실의 씨를 칼로 일일이 파내 설탕에 재웠고 25도 이상의 담금주를 부었다. 그의 첫술은 몇 달 뒤 모과주, 매실주가 되었다. 이처럼 담금주는 재료, 설탕, 담금주만 있다면 손쉽게 술을 담글 수 있지만, 전통 막걸리를 빚는 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공을 들여 빚어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전통 누룩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다
<한잔 술, 한국의 맛>의 이현주 저자는 막걸리 만드는 방법은 한국 모든 어머니의 김치 만드는 비법만큼이나 방법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김치처럼 맛은 다양해도 기본적으로 막걸리를 빚을 땐 고두밥, 누룩, 물이 필요하고, 완성되는데 대략 3일~10일 정도 걸린다.

고두밥에 누룩, 물을 넣고 섞는다.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은 1. 쌀을 깨끗하게 씻어 물에 불린 후 채반에 올려 물기를 빼둔다. 2. 찜기를 이용해 찹쌀을 찌고 고두밥을 만들어 잘 펴서 식힌다. 3. 믹싱볼에 찹쌀 고두밥, 누룩, 물을 섞어 잘 혼합해준다. 4. 혼합물을 발효 용기에 넣어 창호지나 면포로 윗부분을 덮어준다. 5. 이틀 정도 지나면 뚜껑을 덮어주는데 꽉 닫지 않고 비스듬하게 덮는다. 6. 발효 온도에 따라 3~10일 정도면 술이 완성되는데, 고운 체에 지게미를 거르고 냉장 보관한다. – 참고: 한잔 술, 한국의 맛- 이현주 저 –

용기에 면포를 씌운 후 25~28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4~7일이면 술이 완성된다.

필자도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어보았다. 한 양조장의 레시피대로 고두밥에 입국, 누룩을 섞고 지하수를 넣은 후 이를 발효 용기에 담았다. 술 위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일주일간 하루에 2회씩 나무젓가락으로 저으며, 술이 익어가는 과정을 관찰했다. 이윽고 발효가 끝났다 싶을 때쯤 헝겊으로 지게미를 짜서 원액을 만들었다. 모든 약속을 미루며 일주일간 애정으로 만든 첫술, 내가 마실 술을 직접 만든다는 가슴 벅찬 희열로 한 모금 마셔 보았는데, 오만상이 찌푸려졌다. 실패였다. 그 이후로 다른 방식으로 막걸리를 세 번 정도 빚었지만, 모두 실패였다. 앞으로 술을 빚지 말고 명인이 빚는 술을 사랑하는 소비자로 남겠다는 다짐했다.

고운 체에 지게미를 거르면 원액(원주)이 나온다. 알코올 도수 10~12도 정도

막걸리 DIY 키트의 등장
세상은 변하고 집에서 술 빚는 방법은 이보다 더 간편해졌다. 막걸리라면 모두 실패하는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해도 절대 실패할 리 없는 막걸리 DIY 키트가 등장했다. 효모나 쌀 등 다른 재료를 첨가할 필요 없이 김치 유산균으로 만든 막걸리 파우더에 물 2리터를 섞어 이틀간 보관하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시중의 술과 비교한다는 건 가당치도 않지만, 본인이 직접 술을 빚었다는 만족감 정도만 느끼고 싶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막걸리 DIY 키트의 힘을 빌려도 좋을 것 같다. 막걸리 DIY 키트 외에 칵테일 키트, 뱅쇼 키트, 담금주 키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파우더에 물 2리터를 넣으면 48시간 뒤에 막걸리가 완성된다. 막걸리 DIY 키트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즐길 거리를 찾는 당신이 애주가라면 막걸리 홈브루잉을 권한다. 끝이 보이지 않아 지루하게만 느껴질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Tags:
Sunjoo Kim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

  • 1

You Might also Lik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