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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디캔팅 이야기 2

열세 번째 와인바 Talk, 디캔팅 이야기 2

두 번째는 와인 브리딩(breathing)에 대한 이야기이다. 와인에 산소를 만나게 해주어 와인이 숨을 쉬게끔 해준다는 의미의 브리딩은 일반적인 디캔팅과는 차이가 있다. 와인의 디캔팅이나 브리딩 모두 병 속의 와인을 더 좋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지만, 디캔팅보다 다소 거칠게 진행되는 브리딩의 경우 와인의 상태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디캔팅보다는 조금 더 많다. 실제로 더 좋은 맛을 끌어내기 위해 브리딩을 시도했지만 와인을 완전히 망가트려 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와인 브리딩의 경우 와인에 충격을 줄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충격과 공기의 접촉은 와인을 식초로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 사진 출처: champagnia.co

와인은 숙성 과정을 거치며 산, 타닌, 색소 등의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결정체가 되기도 하고, 와인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점점 약해지며 더 복잡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가지게 된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변질이 될 가능성이 있는 와인을 디캔터로 옮겨 담는 과정은 와인에 엄청난 충격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특히 브리딩은 와인에 대한 많은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외국의 여러 매체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와인의 브리딩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로 영(young)한 빈티지, 즉, 최근 만들어진 어린 와인의 경우를 예로 많이 들고 있다. 생산된 지 얼마 안 된 와인의 경우 숙성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타닌과 와인의 여러 요소의 힘이 너무 강해 와인의 진정한 맛과 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브리딩을 진행하면 떫은맛을 내는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어 와인의 밸런스가 좋아지고 과실의 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디캔팅을 하여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고 산화가 되면 와인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만, 디캔팅은 와인이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끌어내는 것이지 와인의 부족한 맛과 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아니다. / 사진 출처: Themephotos@unsplash

반대로 숙성이 오래 진행된 올드(old) 빈티지 와인의 경우는 브리딩을 최대한 지양한다. 와인 전문가 중에는 오래된 와인은 오픈하여 공기와 접촉이 되는 것만으로도 와인의 향이 상당히 소실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와인의 경우 침전물을 거르는 것마저 하지 않고 적절한 잔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또는 와인을 오픈하여 한 잔 정도를 따라낸 뒤 병 안에서 브리딩하는 것을 추천한다. 병 안에서 하는 보틀(bottle) 브리딩의 경우, 공기의 접촉량이 매우 적어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올드 빈티지 와인의 경우는 예외로 생각한다.

올드 빈티지 와인의 경우 좋은 잔에 따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사진 출처: Anastasiiarozumna@unsplash

위에서 설명했듯이 디캔팅은 와인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매우 심각하게 와인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방법을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준비물: 디캔팅을 위한 준비물은 우선 와인, 디캔터, 오프너, 리넨, 양초 정도이다.

2. 와인 오픈: 정확한 디캔팅을 위해서 와인 병목 부분에 있는 포일을 모두 제거한다. 이 포일들을 제거해야 침전물이 디캔터로 넘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코르크를 오픈하고 병목 부분과 병의 입구 부분을 리넨으로 깨끗이 닦아준다. 이는 코르크 가루나 오래된 빈티지 와인의 경우 있을 수 있는 병 입구의 곰팡이와 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3. 테이스팅: 와인을 오픈한 후에는 먼저 테이스팅을 한다. 마셔보고 와인의 상태를 가늠하여 디캔팅의 강도를 조절한다.

4. 디캔팅 준비: 디캔팅은 평평한 테이블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양초에 불을 붙여 테이블 위에 놓고 불빛과 눈이 일직선이 되게 한다. 디캔팅이 아닌 브리딩의 경우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괜찮다. 양초가 없다면 핸드폰 라이트로 대체해도 된다. 양초의 냄새나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핸드폰 라이트를 추천한다. 왼손에는 디캔터, 오른손에는 와인병을 잡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와인을 따르는 양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와인병을 최대한 편하게 잡는다.

5. 디캔팅: 불빛과 눈 사이에 와인병의 병목과 와인병의 어깨 사이가 오게 자리를 잡고 천천히 디캔터의 안쪽 벽면을 타고 와인이 흘러내리도록 조심스럽게 따른다. 이때 어느 만화책에서처럼 디캔터와 와인병의 사이를 너무 멀게 한다면 테이블과 옷에 와인이 튈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오래된 빈티지 와인이나 피노 누아와 같은 섬세한 와인의 경우는 최대한 조심히 따른다. 반대로 강한 품종이나 최근 빈티지의 와인의 경우 디캔터와 와인병의 거리를 약간 떨어트리고 콸콸 소리가 나듯 브리딩을 한다는 생각으로 공기와의 접촉을 극대화하면서 따른다. 와인을 따르다 보면 병목 부분으로 침전물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침전물이 디캔터로 넘어가기 전에 디캔팅을 멈추고 병을 세워 두었다가 침전물이 가라앉고 안정이 되면 다시 디캔팅을 시작하도록 한다. 병에 남은 와인을 다시 디캔팅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 바로 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좋다.

6. 마무리: 디캔터에 옮겨진 와인을 조심스럽게 돌려가며 스월링(swirling)해 준 후 잔에 따라 즐기면 된다.

와인 한 병의 변화를 지켜보며 마시는 것도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다. / 사진 출처: klara-kulikova@unsplash

개인적으로는 와인의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한 디캔팅이 아닌 브리딩을 해야 하는 경우 디캔터를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와인을 오픈하고 시간이 지나 가장 좋은 상태가 되기까지 시시각각 보여주는 와인의 변화는 생각보다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의 첫 잔부터 마지막까지 와인이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며 와인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그 와인 한 병을 온전히 맛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Tags:
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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