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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를 말할 때 우리가 독일 맥주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

옥토버페스트를 말할 때 우리가 독일 맥주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

염태진 2022년 9월 14일

2022년 9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에서 옥토버페스트가 개최됩니다. 2020년과 2021년을 건너뛰고 가까스로 개최되는 행사입니다. 올해 187주년을 맞는 이 행사에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맥주 애호가 600만 명 이상이 모여들어 독일 맥주를 마십니다. 이 규모는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이나 뉴올리언스의 마디 그라 축제보다 크다고 합니다.

옥토버페스트는 무엇이며 독일 맥주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매년 가을이 들썩이는 걸까요? 옥토버페스트를 말할 때 우리가 독일 맥주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옥토버페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옥토버페스트는 9월에 열립니다. 옥토버페스트는 원래 1810년 10월 12일에 거행된 바이에른(옛 이름은 바바리아)의 왕세자 루드비히와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공주 테레제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였습니다. 왕궁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축하 행사에는 중상류층 귀족 6천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러한 행사가 해마가 거듭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가 되리라고는 루드비히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 행사를 기념하여 잊힌 경마 경기인 ‘스칼렛 레이스(Scarlet Race)’가 부활하여 행사 참가자들의 열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처음부터 행사에 맥주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듬해부터 경마 경기와 함께 농업 페어를 진행했는데, 농업 페어는 점점 규모가 커져 와인 농장, 커피숍, 주류판매상, 요리사, 제빵가, 과일 판매상 등이 참가하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맥주가 등장한 것은 1818년의 일입니다. 12개의 맥주 양조장이 농업 페어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다 농업 페어보다는 맥주에 포커싱이 되었고 1800년대 중반부터 맥주를 마시면서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1리터짜리 잔, 마스]

옥토버페스트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축제 맥주만을 마셔야 하고, 그것도 마스라고 부르는 1리터짜리 잔에 제공됩니다. 그리고 축제에 참석하는 대부분이 독일의 전통 의상을 입습니다. 남자의 의상은 레더호젠, 여자의 의상은 던들 이라고 부릅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제공되는 맥주는 독일의 맥주순수령을 준수하며 뮌헨 시내에서 만들어진 맥주입니다. 예전에는 ‘메르첸(märzen)’이라 부르는 앰버 라거였지만, 현대에는 그보다 조금 색이 옅은 ‘페스트비어(festbier)’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맥주는 총 6개입니다. 바로 아우구스티너(Augustiner-Bräu), 하커-프셔(Hacker-Pschorr-Bräu), 뢰벤브로이(Löwenbräu), 파울라너(Paulaner), 슈파텐브로이(Spatenbräu), 호프브로이(Hofbräu-München)입니다.

그런데 옥토버페스트는 ‘옥토버(October)’라는 이름 그대로 10월에 열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년 9월에 축제를 시작하여 10월 첫 번째 일요일까지 개최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1871년 독일이 통일된 이후 10월에서 9월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옥토버페스트에 맥주를 제공하는 슈파텐 양조장의 마차 행진]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옥토버페스트비어를 마십니다.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하는 6개의 양조장은 이날을 위해 저마다의 특별한 맥주를 제공합니다. 그것은 옥토버페스트비어라고도 하며, 메르첸 혹은 페스트비어라고도 하는데 이 맥주들이 조금 헷갈립니다. 과연 이 맥주들은 차이가 있을까요? 옥토버페스트 맥주의 수수께끼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옥토버페스트비어 – 옥토버페스트비어는 매년 옥토버페스트 축제 기간에 제공되는 맥주를 말합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최초로 선보인 맥주는 둥켈이었습니다. 둥켈(dunkel)은 ‘어둡다’라는 뜻이 있는 독일어로 맥주 둥켈은 짙은 밤색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라거입니다. 당시 맥아를 굽는 가마 기술로는 다크 몰트만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짙은색 맥주밖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메르첸 – 1841년 슈파텐 양조장이 메르첸이라는 뮌헨 몰트로 만든 연한 호박색의 라거를 선보였습니다. 메르첸은 바삭하면서 달콤한 구운 빵의 풍미와 드라이한 피니쉬가 있는 맥주입니다. 메르첸은 3월에 양조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3월에 양조하여 여름 내내 차가운 지하실에서 숙성시킨 후 가을에 마시는 맥주입니다. 1872년 메르첸은 기존의 둥켈 라거를 대체하여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맥주가 되었습니다.

페스트비어 – 메르첸보다 더 밝고 황금색을 띠는 페스트비어는 1953년 아우구스티너가 선보인 이후로 옥토버페스트의 가장 인기 있는 맥주가 되었습니다. 페스트비어의 대중화를 이끈 양조장은 파울라너입니다. 1970년대 파울라너는 옥토버페스트비어를 선보였는데, 알코올 도수가 6%로 기존의 라거보다 높은 도수와 바디감, 쓴맛을 내는 맥주였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페스트비어는 1990년대까지 옥토버페스트에서 모든 메르첸을 대체하기에 이릅니다.

옥토버페스트비어 스타일 – 앞서 언급했듯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6개의 양조장만이 옥토버페스트비어라고 쓸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유사한 맥주는 옥토버페스트비어 스타일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에 와서 미국에서는 옥토버페스트비어 스타일을 메르첸 스타일의 라거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비엔나 라거 – 그런데 메르첸과 유사한 비엔나 라거도 있어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슈파텐 양조장의 제들마이어와 오스트리아의 안톤 드레어는 영국에 유학 중에 만나 영국의 맥아 건조 기술을 함께 들여왔습니다. 둘은 각각 고국으로 돌아가 거의 동시에 거의 비슷한 앰버 라거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슈파텐이 뮌헨 몰트를 사용해 메르첸을 만들었고, 드레어는 비엔나 몰트를 사용해 비엔나 라거를 만든 것입니다. 비엔나 라거는 근근이 멕시코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현대에 와서 재해석되어 보스턴 비어 컴퍼니의 사무엘 아담스나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브루클린 라거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인의 맥주 정원 비어가르텐]

독일은 과거 여름 양조를 법으로 금지하였습니다. 독일은 과거 거의 300년간 여름에 맥주를 양조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였습니다. 1553년 바이에른 공국의 공작 알브레히트 5세(맥주순수령을 반포한 빌헬름 4세의 아들)는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시기를 법령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양조가 가능한 마지막 달 3월에 양조하여 여름내 저장하여 마신 것이 바로 메르첸입니다.

여름에 양조를 금지한 이유는 냉동 시설이 없던 당시 여름에 양조할 경우 맥주가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맥주의 양조를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한한 것입니다. 정확히는 성 미카엘 축일((9월 29일)부터 성 조지 축일(4월 23일)까지입니다. 가을에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그동안 저장하고 있었던 재고 맥주를 빠르게 소비하고 새롭게 맥주를 생산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겨울에는 주로 맥주를 양조하고 여름에는 맥주를 소비했기 때문에 겨울맥주(Winterbier)와 여름맥주(Sommerbier)라는 명칭이 생겨났습니다. 겨울 맥주는 탭맥주(Tapbier)라고도 하며 겨울에 양조하여 그해 겨울에 마시는 맥주를 말합니다. 보통 11월 초에 양조하여 12월에서 1월 사이에 마십니다. 여름 맥주는 저장맥주(Lagerbier)라고도 하며 겨울에 양조하여 석 달쯤 보관한 후 마시는 맥주입니다. 보통 5월에서 10월 사이에 마십니다. 여름맥주는 겨울맥주에 비해 효모가 오랜 기간 활동하여 당을 더 분해하므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드라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주를 저장하기 위해서 10미터 이상의 땅을 파 지하 저장고를 만들고 섭씨 8도 정도로 유지하는데, 이 온도는 효모가 활동하기 좋고 박테리아가 활동하기에는 낮은 온도입니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근처 호수에서 얼음을 캐 함께 보관하거나 땅 위에 밤나무를 심고 그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그늘에 맥주 정원이 생기고 사람들이 찾아와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 되었는데 이것을 비어가르텐(biergarten)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양조 시기를 지정한 법령은 1850년까지 유지되었고 냉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졌습니다.

[맥주순수령을 반포한 바이에른의 공작 빌헬름 4세]

1516년에 반포된 맥주순수령이 독일 최초의 맥주 식품법은 아닙니다. 독일 맥주를 말하면서 독일의 맥주수순령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옥토버페스트 맥주는 바이에른의 맥주이며, 바이에른 맥주의 기본은 맥주순수령에 있습니다. 라인하이츠게봇(Reinheitsgebot)이라 부르는 독일의 맥주순수령은 1516년 바이에른의 공작인 빌헬름 4세가 반포하였습니다.

라인하이츠게봇은 사실 독일 최초의 맥주 식품법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대략 70년 전인 1447년 뮌헨에서 맥주의 재료에 보리, 홉, 물 만을 사용하는 법령이 제정되었는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 중인 식품법의 시초입니다.

당시 바이에른은 잉골슈타트, 란츠후트, 뮌헨, 슈트라우빙이라는 4개의 공국으로 쪼개져 있었고 각 공국은 저마다의 맥주 식품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뮌헨을 통치하던 알브레히트 4세는 그의 공국 내에서 1447년의 식품법을 따르도록 명령했습니다. 1493년에는 란츠후트도 이 식품법을 강제화했습니다. 그러다 란츠후트의 공작이 상속자 없이 죽자 이 틈에 뮌헨의 알브레히트 4세가 바이에른 지역의 4개의 공국을 통일하였습니다.

이 알브레히트 4세의 아들이 맥주순수령을 반포한 빌헬름 4세입니다. 빌헬름 4세는 뮌헨의 식품법과 란츠후트의 식품법을 비교하여 더 단순했던 뮌헨의 법령을 채택하고 맥주의 재료에는 오직 보리, 홉, 물 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맥주순수령을 반포하였습니다. 이것을 바이에른 전역에 강력하게 적용하였는데, 그 외의 독일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양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법령에는 효모가 빠져 있는데 효모가 추가된 것은 1551년 맥주순수령이 개정된 이후입니다.

[맥주수순령을 기념하는 독일의 우표]

맥주순수령에서 맥주의 재료를 보리, 홉, 물만으로 제한한 이유는 맥주의 생산에 사용한 재료를 보호하고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맥주의 곡물로 보리만 허용한 이유는 빵은 만드는데 필요한 밀을 아끼고 보리와 밀의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홉은 맥주의 풍미와 쓴맛을 내고 박테리아로부터 맥주를 보호하여 보존기간을 늘립니다. 홉 대신 그루트를 사용하면 맥주의 맛을 향상시킬 수도 있으나, 잘못된 그루트를 사용하여 역겨움을 주거나 환각성이나 독성, 중독성이 있는 맥주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액체가 없습니다. 물은 끓이고 소독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한 재료입니다.

요약하자면 맥주순수령의 목적은 맥주 생산에 쓰이는 재료로부터 빵의 생산을 보호하고, 유독한 재료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맥주 가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맥주 재료에 대한 세금과 무역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 차프트 이스(O’zapft is)’ 이것은 뮌헨의 시장이 옥토버페스트의 시작을 울리는 외침입니다. ‘맥주 통 마개가 열렸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만 옥토버페스트도 팬데믹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잃은 삶의 환희를 되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옥토버페스트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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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진

맥주인문학서 저자. 맥주로 내장도 채우고 뇌도 채우며 '날마다 좋은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 iharu@kakao.com / 인스타 iharu04 / 브런치 https://brunch.co.kr/@i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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