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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슨과 함께 하는 목요일-와인과 음악의 거장

앤슨과 함께 하는 목요일-와인과 음악의 거장

Decanter Column 2016년 1월 28일

제인 앤슨이 옥스퍼드 대학교의 실험심리학 교수이자 빅토리아 시대 마술사의 중손자인 찰스 스펜스를 만나 크뤼그와 헤스턴 블루멘탈(더 팻 덕 헤드 셰프)이 음악으로 와인과 음악의 맛을 높이기 위해 왜 그의 아이디어를 빌렸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더링 핸즈’ 밴드가 ICA에서 열린 「디캔터」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고세 샴페인을 마시는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사진 제공: 캐스 로

‘원더링 핸즈’ 밴드가 ICA에서 열린 「디캔터」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고세 샴페인을 마시는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사진 제공: 캐스 로

고상한 검은색 비단 모자를 쓰고 왁스를 발라 다듬은 콧수염을 기른 랜들 윌리엄스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쇼맨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880~1890년대에 큰 인기를 누린 그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관객 전체를 조종할 수 있다고 알려졌고, 당시 한 신문에서는 “그들을 일제히 매표소로 보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흥미진진한 사건과 착시 현상을 잘 버무려 영국 장터를 돌며 공연을 하던 그의 유랑 극단 쇼에서 가장 유명했던 건 오늘날 유령의 집에서도 여전히 쓰이는 기법을 이용한 유령 쇼였다. 2014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았거나 영화 ‘셜록: 유령신부’를 보았다면 당신 역시 그런 유령 쇼를 경험한 셈이다.

오늘날 윌리엄스의 증손자 찰스 스펜스 역시 자신만의 마술을 부리고 있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그의 능력은 사람의 오감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우리가 와인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스펜스의 작업 방식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대상을 가져다가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그는 단순히 방 안의 배경음악을 바꿈으로써 맥주를 말할 수 없이 쓴맛에서 질리도록 단맛으로 바꾸어 놓기도 하고, ‘바삭’ 소리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만으로 감자 칩을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것처럼, 아니면 방금 봉지에서 꺼낸 것처럼 느끼게 하기도 하며, 방의 색깔이나 와인 병의 무게와 모양을 바꾸는 것만으로 잔에 담긴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올렸다, 내렸다, 그 가격을 높였다, 낮췄다 하기도 한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틀면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60%나 “더 강하고 무겁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감각의 착각, 외부 자극을 통한 조종, 음식심리학, 원한다면 어떻게 이름 붙여도 괜찮다.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경험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개념은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스펜스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실험심리학 교수다. 1997년 28세의 나이로 이 대학에서 자신만의 연구소를 세우고, 이로부터 단 10년 만에 이그노벨상(“세상을 웃게 하여라. 그런 다음 생각하게 하여라”가 그들의 모토다. 랜들 윌리엄스라면 분명 자랑스러워 할 상이 아닐까.)을 수상한 그는 아마 자기 일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최초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는 말이 빠르고, 이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또 다시 원래 주제로 마음 내키는 대로 넘어가길 좋아한다. 어떻게 지난 15년 간 500개가 넘는 논문을 저술 혹은 공동 저술한 것은 물론, 매년 수백 가지의 실험을 조직하고, 여러 다국적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서머빌 칼리지에서 강의와 튜토리얼을 진행했는지 그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가 세운 가설은 보통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에 의해 실험되고, 곧 바, 레스토랑, 페스티벌, 혹은 조직된 행사(지금까지 가장 크게 치러졌던 행사는 3,00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한 와인 테이스팅이었다)로 확장된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그의 연구를 점점 더 환영하는 추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예전부터 손쉬운 대상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학구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지요. 그러다 보니 비판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운 좋게도 나의 연구를 지지할 정도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믿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람/기업이 헤스턴 블루멘탈(그가 내놓았던 ‘사운드 오브 더 시’ 식사는 소리가 우리의 맛 경험을 확대시킨다는 스펜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두 사람은 현재 런던의 과학박물관에서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이네켄, 크루보아제, 캄포 비에호, 크뤼그다.

“처음에는 차와 마가린에서 시작해 청량음료, 맥주, 위스키로 넘어갔지만 몇 번이고 와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른 어떤 음료보다 와인의 경우에는 연구할 것이 더 많아요. 어쩌면 그 맛이 너무나도 복합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인 코너는 슈퍼마켓에서도 가장 복잡한 공간이죠. 그리고 단순히 라벨을 이해하는 것 자체로 완벽한 심리학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뤼그 ID 음악 매치 앱

스펜스가 크뤼그와 함께 한 연구는 와인을 마시는 경험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짐작케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크뤼그 ID 음악 매치 앱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앱을 이용해 와인 라벨을 스캔하거나 병에 쓰여 있는 번호를 입력한다. 그러면 가수나 작곡가가 직접 고른, 그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가수 그레고리 포터는 크뤼그 2002년산에 적합한 음악으로 ‘노 러브 다잉 포’를, 블루펑크 음악가 케지아 존스는 클로 드 메닐에 어울리는 곡으로 ‘델로니어스 몽크’를 추천한다.

어느 금요일 밤 주방에 앉아 크뤼그 ID 앱을 써본 적이 있었다. 꽤 마음에 들긴 했지만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크뤼그 한 병을 열었다면 무슨 음악을 듣든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 스펜스에 따르면 지금의 음악 매치는 조금 색다른 경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이보다 한층 더 나아가 와인의 맛과 온도, 기포의 느낌, 그 외에 샴페인을 즐기는 데 필요한 다른 감각적 요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음악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와 작곡가들과 협력하고 있는데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광고나 마케팅을 위해 이 연구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고객의 경험을 진정으로 증진시킬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감각 앱의 성장세를 보게 될 겁니다.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경험을 바꾸어 놓을 감각 앱의 성장세를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풍미를 증가시킨다는 개념은 더 커질 겁니다. 예를 들어 유리 용기는 혁명을 겪게 될 것이고, 곧 음식의 질감, 온도, 소리를 가지고 놀게 될 겁니다. 장기적인 연구 결과가 없어 그것이 건강에도 혜택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예를 들자면 풍미를 해치지 않고도 포장이나 주변 환경을 조금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나트륨 함량이나 와인의 알코올 함량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할 수 있겠죠.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지켜보는 건 아주 흥미로울 겁니다.” 스펜스의 말이다.

CREDIT

  • 작성자

    Jane Anson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1.28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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