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알루미늄 캔에 담긴 포도주, 그들의 시작과 현재에 대하여

알루미늄 캔에 담긴 포도주, 그들의 시작과 현재에 대하여

노지우 2021년 1월 28일

여러분은 와인을 생각할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아마도 대부분 먹음직스러운 치즈 안주와 반짝이는 글라스, 얼음통에서 칠링되고 있는 와인병, 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기존의 이미지는 잠시 접어둔 채, 새로운 형태의 와인을 만날 준비를 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바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고 있는 캔 와인 입니다.

사진 출처 : vinepair.com

와인은 그 전통성이 굉장히 견고한 술입니다. 다양한 지역별, 품종별, 그리고 등급에 따른 제한이 철저할뿐만 아니라 병과 레이블에 대한 규격도 굉장히 엄격한 편이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1970년 호주 와이너리에서 사용을 시작한 스크류캡이 있습니다. 기존 와인의 마개로 쓰였던 코르크와는 달리 훨씬 더 오픈이 용이한 마개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기까지 ‘스크류캡은 저가 와인이다’라는 오명을 벗기 쉽지 않았거든요. 도입된 직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고객들의 저항에 부딪혀 1980년대에는 단계적으로 폐지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전통적인 와인의 형태에 반하는 변화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진 출처 : www.depts.ttu.edu

[ 주류에 반하는 캔 와인의 등장 ]
와인을 캔에 담아 유통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오리지널에 가까운 모습을 꼽자면 세계 2차대전 때 프랑스 군인에게 보급되었던 양철통에 담긴 와인이 될 겁니다. 무려 1917년에 보급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의 캔 와인은 제대로 된 캔 통조림을 만들 수 있게 된 1936년, 캘리포니아의 Acampo winery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더불어 ‘Vin-Tin-Age’라는 브랜드의 캔 와인도 함께 등장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캔 제조 기술력의 한계와 시장에서의 냉담한 반응으로 인해 이 와인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고 합니다.

(좌) Barokes, (우) Sofia Blanc de Blancs

그 이후 60년 동안 캔 와인은 그렇게 사장되는 듯했습니다. 1996년 호주의 와인 생산자인 Greg Storkes와 Steve Barics가 세운 Barokes에서 새로운 캔 와인 제조에 도전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거의 5년여 간의 연구와 개발을 통해 그들은 결국 ‘Vinsafe’라는 기술로 특허를 취득하여 와인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캔 와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때 당시 캔와인은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 이후, 이 Vinsafe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일본의 다이와제관이라는 포장 회사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2019년 Barokes가 해당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20여 년의 논쟁이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호주에서 캔와인을 처음 시작한 Barokes가 있다면, 미국에는 영화감독 Francis Ford Coppola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인 The Family Coppola가 있습니다. 2003년 출시된 이 와인은 Sofia Blanc de Blancs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이름과 함께 작은 빨대가 붙은 캔의 모습을 하고 있었죠. 마치 탄산음료 같아 보이는 병이지만, 캘리포니아 피노 블랑과 소비뇽 블랑, 머스캣이 섞인 잔당 1% 미만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합니다.

[ 캔 와인의 장점 ]
2000년대 초반 호주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데뷔한 캔 와인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다른 브랜드에서도 만들어졌지만, 성장세가 가파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후반이 되며 이 양상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데요. 2014년만 해도 1,000만 달러 정도였던 캔 와인의 시장 규모가 2019년 중반이 되며 7,000만 달러의 규모로 5년 새 무려 700%의 성장을 이뤄낸 것입니다. 이러한 캔 와인의 빠른 성장에는 기존 세대와 다른 소비행태를 보이는 밀레니얼 세대 성장과 같은 인구통계학적인 이유 등을 배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더불어 캔 와인 자체의 장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이 꼽은 캔 와인의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환경적인 측면 : 환경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강조되어가는 요즈음, 캔은 그 지속가능성 덕분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알루미늄 캔은 100% 재활용할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를 얻었죠. 그뿐만 아니라 영국의 Sicentist Live는 동일한 부피의 250ml짜리 캔 와인과 유리병에 담긴 와인을 운반할 때 캔 와인의 탄소 배출량이 유리병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부피라고 하더라도 캔 와인의 무게가 훨씬 가벼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 소비자의 측면 :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캔 와인과 유리병 와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심리적 접근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복잡한 레이블과 묵직한 유리병, 코르크 마개가 주는 무게감은 쉽게 와인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진입 장벽이었을 테니까요. 그에 반해 다채롭고 가벼운 느낌의 캔 와인은 가벼운 파티가 되었든, 야구장이 되었든, 심지어 더운 여름 공원 벤치에 앉아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용량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와인의 가장 흔한 용량이 750ml인데 반해, 200~350ml 정도의 용량인 캔 와인은 애매하게 남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덕분에 한 번 오픈하면 이걸 다 마셔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병 와인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캔 와인은 좋은 해결책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3. 생산자의 측면 :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캔 와인의 장점은 매우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리병보다 저렴한 알루미늄 캔을 포장재로 쓸 수 있고, 이 가벼운 알루미늄 캔은 배송료 측면에서도 훨씬 더 저렴합니다. 더군다나 유리병은 제조 및 배송과정에서 깨질 경우 손실 비용이 꽤 큰데, 캔 와인은 이런 경우가 거의 드물죠. 또한 투명한 유리병과는 달리 햇빛도 완벽하게 차단하고, 코르크보다도 산소투과율이 낮다는 점도 생산자들에게는 리스크를 낮춰주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름난 캔 와인]
이렇게 캔 와인은 2000년대 초 본격적인 생산 이후, 2020년대에 접어들며 맛으로나 브랜딩으로나 굉장히 매력적인 산업군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매력적으로 커가고 있는 캔 와인 브랜드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실 수 있죠.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서 2020년 와인스펙테이터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좋은 캔 와인을 선별해 냈습니다. 그중 점수가 높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닌 와이너리의 몇 가지 캔 와인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사진 출처 : larkinwines.com

1. Larkin, Sauvignon Blanc Napa Valley Tin Knocker 2018
미국 나파밸리의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진 Tin Knocker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가장 큰 점수를 받은 와인 중 하나였습니다. 레몬 커드와 설탕에 절인 오렌지 등으로 표현되는 이 와인은 Tin Knocker(판금 작업을 하는 노동자)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19살,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뉴저지로 이주하여 판금 작업 노동자가 되었던 이야기를 담아낸 생산자 Larki의 와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 출처: sans-wine-co.myshopify.com

2. Sans Wine co, Sauvignon Blanc Lake County Finley Road Vineyard 2018
레몬그라스와 더불어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한 시트러스 향의 이 소비뇽 블랑은 Sans Wine이라는 미국의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 캔 와인입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와이너리로 그 역사가 긴 편은 아니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만드는 프리미엄 와인에 집중하고 있는 곳 중 하나죠. 특히 나파밸리 단일 포도밭에서 만들어진 첫 빈티지 캔 와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한 브랜드입니다.

사진 출처: www.masseywines.com

3. BROC CELLARS, Love Red North Coast 2019
즙이 넘치는 서류와 오렌지, 야생 딸기와 블랙티의 향을 담은 러브 레드는 까리냥과 발디기에, 시라를 섞어 만든 와인입니다. 포도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솔라노 카운티와 멘도치노 카운티에서도 70년 이상 된 포도나무들을 선별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www.ambleandchase.com

4. AMBLE+CHASE, Coteaux d’Aix-en-Provence Rosé 2018
캔 와인 생산에서 유난히 강세인 미국이 아닌,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 지역에서 만들어진 로제 캔 와인입니다. 복숭아와 잘 익은 자몽, 벚꽃과 화이트 라즈베리 노트로 앰블앤체이스에서는 소개를 하고 있죠.

사진 출처: www.upinews.kr

[ 캔 와인의 미래 ]
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아직 캔 와인이 전체 와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라는 의미로도 비칠 수 있죠. 실제로 지속가능한 와인을 표방하는 Free Flow Wines의 대표 Rich Bouwer는 캔 와인 시장이 2025년엔 무려 와인 시장의 10%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다양한 캔 와인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AB인베브에서 2020년 수입하기 시작한 베이브(BABE) 캔 와인의 경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행보를 찾아볼 수 있었죠.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적극적인 캔 와인의 수입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물론 이번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 와인 시장도 빠른 속도로 크고 있으며, 더불어 먹고 마시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변했으니 2021년은 조금 더 다양한 캔 와인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어느 날 마트에서 캔 와인을 발견한다면, 맥주를 구매하듯 4개 1팩인 캔와인을 들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떠신가요?

Tags:
노지우

“사고(buy) 사는(live) 것을 사랑하는 소비인간. 와인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 버렸지.”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