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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무트와 떠나는 스페인 여행

베르무트와 떠나는 스페인 여행

Eva Moon 2021년 6월 14일

매해 봄이나 여름에 스페인을 찾아 스페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주말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은 그들의 친구나 가족과 한데 모여 올리브나 오징어 튀김, 혹은 미트볼같은 간단한 타파스에 베르무트나 맥주 한잔을 한 모금씩 홀짝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베르무트는 칵테일 바에서 한 가지 재료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 이름을 들어보거나 독자적인 한잔을 주문하기 쉽지 않지만, 베르무트 한 잔은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 아래 느긋한 시간을 즐기는데 빠질 수 없는 스페인의 국민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정 강화 와인에 속하는 베르무트는 포도만을 주원료로 만드는 다른 주정 강화 와인과 달리 허브와 식물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스페인 외 다른 나라에선 마티니라는 이름의 칵테일의 주재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스페인에서 베르무트는 바 메뉴를 당당히 지키는 술이자 모두가 흔히 즐기는 음료입니다.

베르무트(Vermouth)의 시작과 현재
스페인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잘 알려진 베르무트는 Reus라는 이름의 카탈루냐 지역, 한 마을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오늘날 당당히 스페인의 대표 술로 자리 잡은 베르무트의 유명산지 Reus을 가기 위해선 바르셀로나의 남쪽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할 수 있고, 이곳엔 무려 30여 개의 베르무트 생산자가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베르무트는 과거 18세기 말, 그 쌉쌀하고 독특한 맛, 들어가는 재료에 힘입어 약용 가치를 강조하는 술이기도 했습니다. 베르무트라는 이름의 기원은 독일어 Wermut라는 단어인데, 베르무트를 만들기 위한 비터스 중 하나인 향쑥(wormwoord)이 오늘날 누구나 아는 술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인에서 수십 년에 걸쳐 베르무트는 나이 든 사람들이 즐기는 값싸고 강렬한 전통술의 이미지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스페인의 식문화를 여러 방식으로 알리려는 노력, 그리고 주요 관광국으로 입지를 다지며 젊은 스페인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좀 더 트렌디하고 즐거운 음료로 여겨집니다.

베르무트가 만들어지는 방식
베르무트는 레드와 화이트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모든 베르무트는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어지지만 몇 가지 추가 재료에 따라 그 색상이 결정되지요. 그 재료에는 카라멜라이즈된 설탕과 브랜디, 셰리 혹은 포트 와인과 같은 술, 허브 블렌드와 시나몬, 카다멈과 같은 향신료, 레몬이나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그리고 비터스가 선택적으로 들어가 다양한 스타일의 베르무트가 탄생합니다.

화이트 베르무트는 대개 드라이하게 만들어지며, 레드 베르무트는 화이트에 비해 달콤한 편입니다. 스페인에서 많은 사람들은 레드 베르무트(vermut rojo : 베르무트 로호)를 마시는데 주변국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만들어지고 마셔볼 수 있는 베르무트에 비해 당도가 높은 편입니다.

스페인에서 베르무트를 마시고 싶은 시간
베르무트는 식전주로 많이들 즐기는 술이지만 식사의 중간 입을 정리하거나 식후주로 마셔도 무리가 없습니다. 스페인에서 베르무트를 한잔하자는 말은 단순히 이 술을 마시고 싶다는 의미보다 술 한잔과 타파스로 주문할 수 있는 안줏거리를 나누며 여유 있게 대화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자는 제안입니다.

전통적으로 스페인에서 베르무트 타임은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오늘날은 일요일 뿐 아니라 주중의 어느 날이든 오후에 매년 눈에 띄게 하나둘 새로 생겨나는 베르무테리아(vermuteria 베르무트 바), 혹은 스페인의 시장의 바에서 베르무트를 두고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스페인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어디에 가면 베르무트를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스페인의 로컬 바에 가면 그들만의 독자적인 레시피를 자랑하는 베르무트를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잔의 베르무트를 주문하면 첫 잔과 다른 맛의 두 번째 베르무트를 마셔볼 수 있죠. 영국의 펍에 가면 맥주탭 옆에 사이다탭이 꼭 붙어있는 것처럼, 스페인에선 맥주탭 옆의 자리를 베르무트가 차지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선 간혹 모든 테이블에 베르무트 한 병이 놓여있고 베르무트를 주문하면 글라스에 몇 잔이고 직접 따라 마신 후 떠날 때 계산을 하는 시스템을 가진 바들도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선 Morro Fi라는 바와 Bodega 1900이 유명하니 스페인에 가실 때 꼭 한 번 현지에서 베르무트의 다양함과 특별함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베르무트의 브랜드
스페인이 아니라 외국에서 베르무트를 맛보기 위해 어떤 브랜드를 구할 수 있을까요? Lustau, Miro, Yzaguirre라는 스페인 브랜드는 스페인의 베르무트 스타일을 경험하기에 좋고, Cocchi와 Dolin이라는 브랜드는 스페인 밖의 유럽 나라에서 만드는 스타일을 경험해보기에 재미있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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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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