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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다이나믹과 오가닉 와인 (4) : 자연주의 와인의 빛과 어둠

바이오 다이나믹과 오가닉 와인 (4) : 자연주의 와인의 빛과 어둠

Monica S Lee 2016년 4월 22일

요즘 개인적으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기기, 작업 공간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컨대, 발리, 태국, 하와이 등 아무런 제약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만, 인터넷과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공간적 족쇄에서 벗어난 것이다. 프리랜서이거나 원격 근무가 가능한 기업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구글에 당장 ‘How To Be Digital Nomad’를 쳐보았다. 수십 페이지가 나왔다. 하지만 하나씩 글을 읽다 보니 점차 불신이 커졌다. 근거 없는 핑크빛 미래. 무작정 기존의 삶을 부정하는 메시지. 마지막엔 어김없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게 코칭 해주겠다는 광고, 혹은 클릭 하나로 백만장자가 되라는 문구!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방법’ 이란 코칭으로 돈을 버는 또 다른 디지털 노마드들. 불신의 그림자가 무척 짙어질 무렵… 한 블로그를 발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몇십 년째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어떠한 삶의 방식도 반박하지 않았으며, 누군가를 현혹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이 이 삶을 선택한 이유, 철학, 근거 등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실패와 성공. 철학과 신념. 고민과 한계. 미래와 비전. 이런 진솔한 이야기가 수많은 광고글 뒤에 숨겨져있다니.

서론이 길었다. 이제 친환경 와인 이야기를 해보자. 잊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글은 ‘친환경 와인’ 4부작 연재글의 마지막 글이니까. 디지털 노마드 이야기를 한 것은, 위의 과정이 친환경 와인에 대한 내 첫 경험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와인은 농약을 쓰지 않고, SO2(아황산염)도 넣지 않기 때문에, 토양을 더 잘 반영하는 순수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판매자의 적극적인 홍보였다. 내가 와인 애호가라는 걸 몰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방식의 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와인 테이스팅을 했을 때, 난 이 모든 게 ‘장삿속’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기존 와인보다 더 토양을 잘 반영하고 순수한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오히려 맛이 없다고 느낀 와인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친환경 와인이라 더욱 순수하고 깨끗한 와인 맛이 난다.’라는 생산자의 말을 듣고 여러 와인을 시음했지만, 나는 그저 ‘깨끗하고 순수한’ 맛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고 모든 와인이 맛있는 것이 아니듯,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고 모든 와인이 다 맛있는 건 아닐 테니까. 애초에 등가 관계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였다.

부정적인 소비자 경험을 한 후에, 블로그와 여기저기 매체에서 쏟아지는 친환경 와인에 관한 글들은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SO2가 첨가하지 않아 건강하다.’ ‘숙취가 없다.’ ‘아황산염 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적다.’ ‘프리미엄 와인이다.’ ‘기존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랜 숙성도 가능하다.’ 와 같은 증명이 안되는 주장들. 심지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지 않은 내용을 홍보하고 있었다. 내 선택은 외면하는 것이었다. 장사하려고 마케팅하는 거구나…

마케팅은 마케팅인데, 똑똑한 마케팅은 결코 아니었다. 똑똑한 마케팅이라면,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했을 때 그 경험이 제품에 대한 생각을 긍정 강화(Positive Reinforcement) 하도록 해야지 소비자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겪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구매한 제품의 실제 성능이 기대했던 것과 일치하면 소비자는 만족하지만, 일치하지 않으면 훨씬 더 강한 불만을 가진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 바로 알게 될 사실인데 ‘친환경 와인은 더 토양을 잘 반영한다’는 마케팅 하는 것.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비자도 알게 될 텐데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를 홍보하는 것. 사실상 많은 생산자 및 판매자들이 무척 위험한 마케팅을 너무나 당연히 하고 있다. “자연주의 와인 마시는 사람도 있어?” “다 사이비 아니야?” 하는 식의 와인 애호가들 사이의 말이 농담 만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친환경 와인을 홍보하면 어떨까? “우리는 더욱 순수한 맛을 찾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농법과 양조법을 도입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방법이고, 기존 농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입니다.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와인 맛이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고, 더욱 토양을 잘 반영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자연주의는 반드시 연구돼야 할 농법과 양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합니다.” 우연히 읽었던 한 바이오다이내믹 생산자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었다. 그의 인터뷰는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었으며, 반박할 것이 없었고, 마음에 와 닿았다. 진솔한 말 한마디에 친환경 와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진정한 스토리텔링이고 마케팅인 것이다. 

앞선 기사에서 오가닉, 바이오다이내믹, 내추럴 와인을 자세히 알아봤듯, 친환경 와인은 사실상 역사가 깊지 않고, 유의미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 친환경 와인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인정하고, ‘철학’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직 맛으로 승부할 수 없고, 과학적인 근거로 더 건강하다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연환경과 공존하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려 한다는 것.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더욱 토양을 잘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깊은 관심과 응원을 부를 것이다. 그것이 바로 똑똑한 마케팅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친환경 와인이 이제 막 소개되고 있다. 회자는 많이 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사실상 소개되는 와인의 수가 적다. 그러나 꾸준히 친환경 와인 혹은 자연주의 와인 관련 워크샵이 열리고 있으니 기회를 엿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인샵 카비스트(www.cavistes.co.kr, 02-565-2223, 강남구 대치동 949번지 수암빌딩 1층)에서는 바이오다이내믹의 거장 ‘니콜라 졸리’와 ‘디디에 다그노’의 와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혹시 홍콩에 여행을 오는 여행자들에게는 세 곳을 추천하고 싶다.

01

Winebeast는 완차이에 위치한 와인샵이다. 다양한 와인 종류가 있지만, 바이오다이내믹, 오가닉, 내추럴 와인 등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비스트로(bistro)와 와인샵이 따로 위치해 있으니 참고 하길 바란다. 전문 소믈리에가 늘 상주하며 친절해 질문하기 쉽다.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직접 샵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G/F & 1/F, Tai Yip Building, 141 Thomson Road, Wanchai. +852 2782 6599. www.wine-beast.com 월-토 12:00-21:00, 일요일 휴무

사진출처 : https://www.corkculture.hk/

사진출처 : https://www.corkculture.hk/

Cork Culture는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온라인 와인샵이다. 사이트가 무척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되어있으며, 오직 자연주의, 친환경 와인 만을 취급한다. 단점은 배송비와 배송기간이다. 친환경 와인 특성상 온도 변화에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온도조절이 가능한 차량을 사용해 매주 2번 몰아서 배송한다. 그렇다 보니 배송비가 비싼 편이며, 여행객의 경우 배송기간과 호텔에서 수령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을 잘 확인하여 주문해야 할 것이다. 

https://www.corkculture.hk/

02

La Cabane은 셩완 헐리우드 로드에 위치한다.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비스트로(bistro)와 와인만 구매할 수 있는 와인샵 두 군데가 있으니 반드시 ‘bistro’와 ‘wine cellar’를 확인하고 찾아가길. 오직 내추럴 와인만을 취급한다. 희귀한 소규모 와이너리 와인이 많으니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며, 소믈리에들 또한 무척 해박하고 친절하다. 와인셀러는 계단 아래 숨겨져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B/F 97 Hollywood Rd, Central. +852 2517 0186 https://lacabane.hk/ 월-토 12:00-21: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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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ca S Lee

WSET Diploma candidate, 香港거주. 바다와 와인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기고가.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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